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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965

우리집 고쿠락 우리집 고쿠락 찬 바람이 문풍지를 찢어대던 한 겨울 늦은 점심 먹고 나무 한짐 해오고 저녁나절 쇠죽 쑤는 일이 큰일이었다 고쿠락에 생솔가지를 잔뜩 집어넣고 불을 지피려면 왜 그렇게 안 타는지 부주땡이로 이리저리 헤쳐보고 입으론 후후 불어보지만 불길은 캄캄 매운 연기에 눈물이 철철 나오고 성질이 급한 나는 마른 장작을 몰래 가져다 넣으려는데 "그건 나중에 큰일 때 쓸거다." 짚으로 쇠죽을 쑤면 편하지만 내일 고쿠락에서 재 펴내기가 골치거리였다 고물개로 삼태기에 담아다가 변소옆 잿간에 갖다버리고 나올때면 그 냄새와 탑씨기! 검은 부주땡이가 연필모양 셈도 해보고 마당에 그림도 그려보며 미적미적 고쿠락 다독다독 거릴 즈음이면 차갑던 무쇠솥에서도 김이 나오기 시작하고 뻔건 고쿠락속으로 고구마, 밤을 넣어둔다 침이.. 2008. 7. 11.
등잔불 등 잔 불 (2000.8월) 전기가 없던 어린 시절 등잔불은 우리의 태양이었죠. 그 등잔불 꺼지는 날엔 온 누리가 암흑이었죠. 그 등잔불밑에서 아버지는 퉁구먹만드시고 엄마는 헤진 옷가지 꿰매시고 나는 그옆에서 책펴놓고 꾸벅꾸벅 그러다가 온가족이 속내의를 벗어 손톱이 뻘개질 때까지 이를 잡고 그 등잔불은 항상 희미했었죠. 새규지름이 아까워 심지를 조금만 내밀었으니까요. 답답해 심지를 키우면 코끝도 새까맣게 되지만 "아이구, 저놈이 살림 말아먹네" 하셨죠. 한밤중 잠자다 그 등잔을 발로차 엎지러지는 날엔 온식구 난리가 나서 그 방바닥 새규지름을 담어 보지만 별 수 없었죠 "아이구 아까워..저 새규지름이 얼만데..." * 새규지름; 엄마가 석유기름을 발음하시는 대로 적었음 2008. 7. 11.
중학교때 소풍가던 날 중학교때 소풍가던날 시골 촌놈이 중학교에 들어와서 처음 소풍을 가던 날. 약수터로 소풍을 갈려면 꽤나 오래 걸어야했다. 지금의 대성동 고갯길을 넘어 먼지가 뽀얗게 나는 명암저수지를 옆으로 지나면서 목이 쫄쫄 탔지마는 약수터에 가면 약수물을 실컷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 2008. 7. 11.
만수초등학교 운동회 가을 운동회 드높은 파란 가을 하늘에 하아얀 새털구름을 보면 어린 시절 운동회가 떠오른다. 추석날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 다음날이면 으레 운동회가 열렸는데 고향을 떠난 사람까지도 모두들 이 날을 기다렸다. 비가 오면 어쩌나 밤잠을 설치지만 운동회 날의 하늘은 언제나 유리.. 2008. 7. 11.
나는 어버이날에 꽃을 사지 않는다! 나는 어버이날에 꽃을 사지 않는다 이제 내달 8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버이날! 그래도 날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우리 어머니인데 해외여행권이나 이미자 디너쇼 관람권을 갖다드리면 다소나마 아들노릇 조금은 할 것 같은데 나는 몇 년 전부터 어버이날에 그 흔한 카네이션 꽃도 사.. 2006.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