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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어머니의 이번 봄

by 박카쓰 2008. 7. 12.

  깊은 밤 봄비가 내립니다. 이번에는 또닥또닥 제법 오래 내립니다. 겨우내 가물고 황사로 찌들었던 대지를 촉촉히 적셔 줍니다. 병상에 계신 어머니께서도 창 밖 단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계실 겁니다. "으이구, 우리 집도 못자리해야 하는데..."
  정신을 잃고 쓰러지신 날 새벽에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어머니와 나는 어머니 시집올 적 재미있게 사시던 얘기며 농사 이야기로 날이 새기를 기다리다 아직 몸이 성하니 올 한해 농사는 더 짓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오늘이 그렇게 되신 지 꼭 한달 째 되는 날이다. 정신을 차츰 찾으시며 예전의 일을 많이 기억하고 계시지만 아직 앉지도 못하시니 이만저만 힘드실까? 이렇게 어머니를 가까이 뵈 오면서 어머니의 한없이 넓고 따뜻한 가슴이 이렇게 새가슴인줄 몰랐다. 쇠잔하신 몸이라 해도 이렇게 다리가 가늘고 허리가 가늘다기보다는 거의 없으신 몸인줄 몰랐다. 저 몸에서 젖 빨아먹고 응석을 부리며 이태까지 자란 제가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나에게는 한 가지 소망이 있었다. 몇 년 전 혼자 되신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 반찬 한 도막을 해먹어도 그것이 늘 마음에 걸려 같이 살자고 늘 애원해도 어머니께서는 늘 "내 몸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시골에서 혼자 살겠다."며 한사코 마다하셨는데 이렇게 수족을 못 쓰고서야 자식과 함께 살게 될 줄이야! 비록 병원이지만 정말로 이제는 같이 살게 되었다.

 

  아직도 어머니께서는 학교에 다녀오겠다고 아침 병 문안드릴 때면 손을 저으시며 "큰 얘야, 얘들 때리지 마라." "차 운전할때 조심하라." 저녁에 들리면 "집에 가서 어서 쉬거라." "뭘 이리 자주 오느냐?" 내 몸보다 오히려 자식 걱정을 더 하신다. 아직도 그런 따뜻한 말을 들을 수 있으니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부모님이 안 계신 사람들은 얼마나 슬플까? 이런 어머니기에 자식들 앞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 보란 듯이 자랑삼아 어머니 이야기하며 돌보아 드리고 싶다.

 아직도 밖에는 비가 내린다. 이 비가 걷히고 나면 뿌린 모가 땅 냄새를 맡고 싹을 튀게 될 것이다. 어머니께서도 어서 일어나셔야 들에 나가 자식들에게 보따리를 챙겨주실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