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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어머니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2002.4월)

by 박카쓰 2008. 7. 12.

어머니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

 

  이제 어머니께서 쓰러지신 지 두 달이 되었다. 처음에는 중환자 실에서 死境을 헤매시다가 이제는 記憶은 거의 회복하셨는데 한쪽 몸은 못 쓰시는 半身不具가 되셨다. 어머니께서는 자꾸 찾아오는 자식들 보기가 안되었는지 요사이 하시기 힘든 물리치료를 열심히 받고 계신데 별 差度가 없으시자 자주 눈물을 글썽이며 "어쩌다 내가 이 지경까지 왔냐..." 면서 말끝을 흐리신다.


 한번은 병 문안에 갔는데 내 손을 부여잡고 "아이쿠, 큰애 왔구나. 네가 소학교 적 학교 갔다오면 "엄마, 엄마, 이것 봐. 나, 오늘 동그라미 두 개 받았다." 면서 공책을 내보이며 자랑을 하더란다. 평생 술 좋아하시는 남편을 만나 일을 많이 하시다보니 허리가 휘고 뱃심이 없어 걷기조차 힘들어 하셨지만 자식들 커가는 모습에 그래도 그게 힘드시는 줄 모르고 살아오셨다고 말씀하신다.  
 

 또 한번은 병상에서 일어나려 해도 한쪽 몸이 안 들어 옆으로 자꾸 쓰러지게 되시자, "에구, 너희들 돐이 안 지난  어린 아기였을 때 일어나려고 이리 저리 버둥거리는 것을 보고 내가 조금 거들면 번쩍 일어나 뒤뚱뒤뚱 거리며 걸었는데..." 하시면 어릴적 자식 4남매 키우던 시절을 생각해 내신다.
 

  어제는 바쁜 일이 있어서 사흘만에 병실을 찾았다.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한쪽 손을 저으시며 "뭘 이리 자주 들락 거리냐, 할 일도 많을 텐데... 얼른 내가 죽어 너희들 고생시키지 말아야 되는데..." "어머니, 자식 괜히 키웠어요? 다 이럴 때 보살피라고 옥이야 금이야 키웠지. 옆에서 가까이 모시지 못해 죄송스럽습니다."

 

  16살 어릴적 시집와서 시부모님 받들다가 홀로 계시던 시아버님이 병으로 누워 지내게되시자 병수발을 들게 되었단다. 꿈쩍을 못하시고 아래 바지까지 내려야 했던 할아버지가 "얘, 며느리야!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셨지만 이웃동네로 시집간 큰딸보다도 며느리가 오히려 더 편하셨다고 하신다. 


 세살 때 당숙한테로 養子오신 아버지께서는 젊은 시절 데려온 子息이라고 구박하시던 어머님한테도 조치원 장에 갔다오시면 어르신들 잡수시라고 어김없이 한 손에는 자반이나 고등어 한토막씩은 꼭 사오셨는데 너희들이 아버지 닮아서 病院費 내랴 돈도 없을 터인데 뭐이리 매번 사오느냐" 고 말씀하신다.
 
 하마터면 저 世上으로가셔 못 듣게 되었을 어머니의 이런 저런 삶의 이야기가 내 가슴속에 새록새록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