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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병상에서 맞이하신 어머니의 생신

by 박카쓰 2008. 7. 12.

병상에서 맞이하신 어머니의 생신

 

 이번 달 추석과 생신을 병원에서 보내시는 어머니가 무척이나 더 안 돼 보였다. 엊그제 자식들을 대신해서 병원에서 벌이는 생일잔치를 가보았는데 이 달에 생일이 들어있는 환자 분들을 모아 벌이는 월례 잔치였다.

이 달에 생일을 맞으신 열 대 여섯 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머리에는 고깔모자를 쓰고 목에는 사탕을 엮어서 만든 목걸이를 하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나란히 앉아 계셨다. 내 어머니도 그 분들 중 한 분이셨다. 홉킨스 박사처럼 몸은 야위고 고개는 세우지 못해 기울고 한쪽 손만 이리저리 놀리면서 말도 잊은 채 물끄러미 그렇게 앉아 계셨다.

이윽고 여느 생신잔치처럼 촛불을 끄고 케이크를 자르고 이어서 노인 복지회관 회원들의 스포츠댄싱, 국악 단원들의 민요와 가야금 병창 등의 잔치가 이어졌다. 인생의 말미를 이곳 병원에 와서 늘 병상에서 누워보내야만 하는 환자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잔치였다. 하지만 생일에 초대된 주인공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없고 흥겨운 노래 소리에도 박수도 잊은 지 오래며 世上萬事가 귀찮다는 듯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 병상으로 자리가 옮겨지고 있었다.

人生을 佛敎에서는 生老病死라고 한다. 인간이라면 그 누구든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게 마련이란다. 물론 비껴갈 수 없겠지. 그러나 정도의 차이가 왜 이리 크게 다가올까요?

가을이면 여름내 땀흘려 농사를 진 들판에 나가 벼 뿐 아니라 밤콩이며 호박, 참깨를 거두고 있을 어머니께서 이렇게 반년이 넘게 병상에 누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고 이젠 그 눈물마저 마르시고 말씀도 점점 잃어가고 계시니 그 속마음이야 얼마나 쓰리시겠습니까?
"얘, 내가 네 아버지한테 너무 심하게 했나보다."
평생 술 좋아하시는 서방 만나 술도 좀 덜 드시라고 잔소리 좀 했다고...
"아니야, 엄마. 그래도 엄마가 아버지 잘 보살펴 드렸으니까 죽일망정 입으로 먹을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잖아. 저 분들 좀 봐! 코로 먹고 말도 못하잖아." 나는 그렇게 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이제는 일어나 고향으로 가는 것도, 아들집에가 함께 사는 것도 거의 포기하시고 자식들이 내는 병원비와 오고가는 경비가 더 부담이 되어 버리신 어머니께 어떻게 해드리는 것이 잘하는 것일까?
오늘도 퇴근길에 들려 휠체어 몇 바퀴 태워드리다 보면 "어서 가라. 배고프겠다. 차, 살살 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