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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무릎이 귀넘어가면 죽는다

by 박카쓰 2008. 7. 12.

퇴근시간이 기다려졌다. 오랜 간만에 어머니께 맛있는 저녁을 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고추밭에 뿌릴 소독약을 사러 나오신 어머니를 다섯시 반에 오송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터였다.  
  
  이곳을 오가며 이런저런 모임으로 회식을 자주 했는데 그러면서도 어머니께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리곤 했는데 이번이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사코 식사하실 생각은 않으시고 손을 계속 저으시며 집으로만 빨리 가자 하신다. 우겨보았지만 오히려 어머니 마음만 상하게 할까 서둘러 집에 와 소독을 하러 나갔다. 평소 같으면 함께 밭에 있으시며 사탕과 과자도 넣어 주셨는데 오늘만큼은 집으로 일찍 들어가신다.  
   
  때앗볕에서도 이열치열이라며 테니스를 치곤 했는데 오늘처럼 선선한 바람부는 날이면 그까짓 소독쯤이야 운동삼아 한다고 마음먹고 어둠이 오기 전에 끝낼려고 신명나게(?) 손을 부단히 놀려댄다. 어느덧 어둠이 찾아들고 집으로 돌아와 간단히 씻고 난 후 주방에 들어와 저녁을 먹으려는 순간...    우동 그릇에 삼계탕이 퍼져있는데 한쪽은 머얼건 국물만 뜨고 있는데 한쪽은 살코기와 인삼이 듬뿍 들어 그 높이가 가히 남산만 하다."종일 애들 가르치다가 일까지 하려니 엄청 시장하것다."  
 

 덜어내도 자꾸 되덜어 주신다. 그러시면서 "무릎이 귀 넘어 가면 죽는다했는데 내가 그 짱이다."  무슨 말? 배심이 없고 허리가 잔뜩 꼬부라지셨으니 말 그대로 세운 무릎이 어머니 귀 뒤쪽까지 넘어가고 있지 않은가?        며느리 몰래 자식이 주는 용돈은 잘 받으려 하시지 않기에 서랍에 살그머니 넣어두고 집을 나서는데 꼬깃꼬깃한 돈 2만원을 쥐어 주시며 "애썼다."  
 "내가 일당 받고 일해유?"   
 "남이 소독해도 담배 한 보루 사주는데 자식한테 그것도 못 주냐?"    
 

 

  집으로 돌아오는 차 속에는 통을 메다가 어깨 너머로 흘러내린 지독한 소독약 냄새가 인분을 뿌린 배추밭에서 나오던 농촌의 향기(?)보다 더 고소하고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