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엊그제는 눈발도 날리고 꽤 추웠지? 그래도 요즘은 방한복이 좋잖아. 춥다춥다 중학시절 기차통학할 때만큼은 안 추웠으리...
'기차통학'하면 참 재미있겠다며 낭만을 떠올리지만 키는 작아 가방이 땅에 끌리다시피하며 하루 30리 넘게 걸어서 기차를 타고 다녀야했기에 정말로 힘든 등하굣길이었다. 특히나 일년 사계절 내내 같은 열차시간이어서 해가 짧은 겨울에는 밤에 다녀야했다.
새벽 부엌에서 밥을 지으시는 어머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서 일어나라. 기차 못 탈라." 4시반쯤 일어나 밥을 국에 말아 허겁지겁 들여마시고 5시30분 집을 나설때면 서쪽하늘에 시퍼런 그믐달을 볼 수 있었다. 2~3살 많은 형들따라 다니려니 거의 뜀박질 수준이었다.
원앞을 지나 궁평에 다다를 즈음이면 조치원쪽에서 뻑~뻑뻑~~ 기적소리를 울린다. 또 늦었구나! 이제부터는 생사(?)를 건 줄달음이었다. 이때 매일 같이 뛰어다닌 탓인지 학창시절 오래달리기는 꽤 잘했고 4~50대는 마라톤 풀코스도 몇 번이나 했다.
6시25분경 가까스로 기차를 타고 미호, 정봉, 서청주거쳐 7시20분쯤 청주역에 도착했다. 내 중학교까지 족히 3Km를 더 걸어가야했다. 버스도 있었지만 버스비(7원)도 아끼고 콩나물 버스였다. 교실에 도착하면 8시, 늘 학급에서 1등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는 저녁 6시 25분경 출발했다. 학교가 끝나고 무려 2시간을 기다려야했다. 가끔씩 친구와 만화가게에 들리기도 했지만 대부분 역 대합실서 2시간을 기다려야했다. 춥고 어두워 밖에 나가 놀 수도 없고 마냥 기다리기도 따분해 내키지 않는 책을 또 펴야만 했다.
그때 그시절 청주역 앞에는 빵과 만두를 파는 포장마차가 여러곳 있었다. 따끈따근한 빵(1개 5원)이 있었지만 침만 삼켜야했다. 난 지금도 찐빵 대여섯개는 거뜬하게 먹는다. ㅎㅎ
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깜깜했다. 전기도 들어오지않았고 혼자 떨어졌다간 무서워 갈 수도 없었다. 또 형들따라 가려니 똥이 빠지게 걸어야했다. 그나마 2~3군데 주막집에 아버지가 안계시면 큰 다행이었다.
밤 8시반은 되어서야 움켜진 배로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래도 이만하면 양반이었다. 툭하면 기차가 연착되어 9시 넘기는 일도 일쑤였고 주막에 아버지가 계시는 날엔 모셔와야했기에 한밤중에 집에 도착했다.
몇년전 영주~분천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타고 옛시절로 돌아가봤다. ㅋㅋ
해마다 겨울이면 춥지만 그때 그시절 기차통학할 때가 가장 추웠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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