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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올해 스승의 날에는(03.5.15)

by 박카쓰 2008. 7. 12.

올해 스승의 날에는

 

서교장 차 시중 자살사건, neis 인권침해 등 그 어느 때보다도 교단의 갈등이 많은 요즈음, 아이들에게 비친 우리 선생님들의 모습에 ‘스승의 날’이 두렵기까지 하다. 나 개인적으로야 나를 가르쳐준 선생님들을 생각해보고 찾아뵈면서 하루 집에서 쉬고 싶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아예 학교 문을 닫아버린다면 그 또한 아이들을 담보(?)로 살아가는 선생님으로 문제회피가 아니고 무엇이랴!
  
  프랑스의 정의감에 불타던 한 젊은 교사가 점차 물질과 현실에 물들어 가는 과정을 그린  희곡 ‘토파스 선생’ 줄거리를 친분이 있는 선생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내 자신도 그런 선생님이 되어가고 있겠지 自問해보고 오늘의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생각해 본다. 벌써부터 高齡敎師? 아버지 같은 선생님? 늘 웃으시며 다니시는 선생님? 수업시간 禍 잘 내시는 영어선생님? 이런 저런 생각에 오늘 아침은 출근길부터 머리가 무겁다.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스승의 날 행사! 선생님께 꽃 달아 드리기, 師恩辭에 이어 스승의 날 노래제창 늘 레코드판처럼 똑같은 이 행사이지만 아이들 앞에서 서있기가 여간 쑥스러운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한테 잘해 주지 못한 게 마음이 걸려서 일까... 오전 내내 교무실과 복도는 꽃송이, 편지, 선물을 들고 자기가 좋아하는 선생님들을 이리저리 찾아다니며 분산하다. 점심 먹고 담임선생님들과의 시간에 난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學師夫一體! 학생과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가 하나되어 보자. 靑出於藍! 너희들은 열심히 공부하여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달라는 당부를 하며 선생님 생일이라고 함께 happy teachers' day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고 케이크를 나누어먹으며 순수한 저 아이들이 너무 너무 고마운 생각이 든다. ‘그래 너희들이 있기에 내가 있단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슬픔이 있었다. 가득 찼어야 할 교실에 비어있는 한 자리가 그렇게 크게 보일 수 없었다. 지난 토요일 집을 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는 한 여학생이 있어 여간 마음에 걸리지 않았다. 가출에 예정(?)되어 있다 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가정이었다. 스승의날 이라고 뭐 달라? 앞 담임선생님과 오늘 오후에 찾아보기로 意氣投合하고 아이들 두 명을 데리고 나선다. 조치원에 아이들이 잘 가는 오락실과 노래방을 이곳 저곳 수소문하여 뒤졌지만 ‘서울에서 아무개 찾는 격.’ 돌아오는 길에 아마도 오늘 그곳에 우리아이들이 많이 몰려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강외초등학교에 들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학교로 돌아와 담임선생님과 한참을 이야기한 후에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 맞여 죽는다고...‘ 울며불며 도망치려는 애들 막무가내로 차에 태워 집으로 향했다. 도대체 어찌된 가정인지 가보자. 제 엄마가 돌아가셔도 그렇게 슬피는 안 울 애를... 혹시나 달리는 차 속에서 문열고 도망치지나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며 “너무 무서워하지 마라. 오늘은 선생님이 대신 맞여 줄게.”
 
  갓난애 딸 둘만 낳아놓고 도망 나간 며느리, 세상을 비관하여 술에 찌들다 중독되고 못난  새끼한테 져서 사는 할머니의 삶에 찌든 모습은 멀리 아프리카 주민 같았다. 미안하다 안절부절  못하시는 할머니와 지금쯤 어딘가에서 술에 취해 돌아다닐 아이들 아버지를 기다리며 세상살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해는 저물고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오늘밤도 이곳저곳으로 전전하며 방황했을 아이를 오늘밤은 할머니, 언니와 함께 하며 지낼 생각을 하니 오늘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아이들이 나에게 보낸 많은 선물에 한가지는 보답한 것 같아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오면서 어느 해 스승의 날보다 의미 있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하나, 내게는 문제의 그 아버지를 만나야 하는 과중한 숙제가 남겨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