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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나는 어버이날에 꽃을 사지 않는다!

by 박카쓰 2006. 5. 8.

나는 어버이날에 꽃을 사지 않는다 

 

  이제 내달 8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버이날! 그래도 날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우리 어머니인데 해외여행권이나 이미자 디너쇼 관람권을 갖다드리면 다소나마 아들노릇 조금은 할 것 같은데 나는 몇 년 전부터 어버이날에 그 흔한 카네이션 꽃도 사지 않는다. 


  한번은 어버이날에 어머니께 드릴 려고 다소 고급(?)스럽게 보이는 카네이션 생화(生花)를 준비해서 갔다드렸더니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얘, 뭘 비싼 돈주고 이런 걸 사왔냐? 금방 시들텐데..." 하시며 쓸데없는 데 돈을 썼다고 걱정하셨다. 그래서 그 다음 해에는 돈 1,000원 주고 성의 없어 보이는 조화(造花)를 달아드렸더니 지난 해와는 달리 다소 흡족해 하셨다. 그 다음해에도 또 다시 조화를 사 가지고 갔더니 이번에는 어머니께서 "얘, 작년에 네가 사온 그 꽃 저기에 있다." 하시며 천장 쪽을 가리키신다.


   아뿔싸! 천장 쪽을 올려다보니 동생, 손자들이 사온 카네이션이 여러 송이 매달려 있지 않은가? 그리고는 여러 식구들 앞에서 한 말씀하신다. "얘들아, 내년부터는 어버이날 절대로 꽃 사오지 말아라. 저 꽃이면 내 죽을 때까지 영영 시들지 않고 저렇게 피어있을 테니까 말이다." 


  평생 실반지 하나 제대로 끼어보지 못하다가 어머니의 칠순에 자식들이 조금씩 모아 반지를 해드렸더니 당신의 손이 나무등걸 같아 어떤 반지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며 억지를 부리시며 끝내 반지를 안 끼시는 어머니께서도  이젠 연세가 드시어 걷기조차 힘들어 하신다. 이제 먹고 살만큼 넉넉해졌어도 자식들에게 나누어주시는 어머니의 보따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제 어머니의 자식도 나이가 들어가며 세상을 살아가면 갈수록 어머니의 깊은 자식사랑을 조금은 알 것만 같습니다

 

 어머니! 올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 꽃 대신 어머니의 거칠고 뭉툭한 손을 잡고서 "어머니, 저에겐 이 손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손입니다." 라고 말씀드릴게요.















2020. 인당 조재영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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