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잔 불
(2000.8월)
전기가 없던 어린 시절
등잔불은 우리의 태양이었죠.
그 등잔불 꺼지는 날엔
온 누리가 암흑이었죠.
그 등잔불밑에서 아버지는 퉁구먹만드시고
엄마는 헤진 옷가지 꿰매시고
나는 그옆에서 책펴놓고 꾸벅꾸벅
그러다가 온가족이 속내의를 벗어
손톱이 뻘개질 때까지 이를 잡고
그 등잔불은 항상 희미했었죠.
새규지름이 아까워 심지를 조금만 내밀었으니까요.
답답해 심지를 키우면 코끝도 새까맣게 되지만
"아이구, 저놈이 살림 말아먹네" 하셨죠.
한밤중 잠자다 그 등잔을 발로차 엎지러지는 날엔
온식구 난리가 나서
그 방바닥 새규지름을 담어 보지만 별 수 없었죠
"아이구 아까워..저 새규지름이 얼만데..."
* 새규지름; 엄마가 석유기름을 발음하시는 대로 적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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