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쿠락
찬 바람이 문풍지를 찢어대던 한 겨울
늦은 점심 먹고 나무 한짐 해오고
저녁나절 쇠죽 쑤는 일이 큰일이었다
고쿠락에 생솔가지를 잔뜩 집어넣고
불을 지피려면 왜 그렇게 안 타는지
부주땡이로 이리저리 헤쳐보고
입으론 후후 불어보지만 불길은 캄캄
매운 연기에 눈물이 철철 나오고
성질이 급한 나는 마른 장작을 몰래 가져다 넣으려는데
"그건 나중에 큰일 때 쓸거다."
짚으로 쇠죽을 쑤면 편하지만
내일 고쿠락에서 재 펴내기가 골치거리였다
고물개로 삼태기에 담아다가 변소옆 잿간에 갖다버리고 나올때면
그 냄새와 탑씨기!
검은 부주땡이가 연필모양 셈도 해보고 마당에 그림도 그려보며
미적미적 고쿠락 다독다독 거릴 즈음이면
차갑던 무쇠솥에서도 김이 나오기 시작하고
뻔건 고쿠락속으로 고구마, 밤을 넣어둔다
침이 땅에 닿은 소에게 푸욱 쑨 쇠죽을 내밀고
사랑방에 들어오면 따스한 방바닥
우리들은 이불펴고 아랫목으로 파고들었다.
* 고쿠락 ; '아궁이'의 방언(충북)
부주땡이 ; '부지깽이'의 방언(충북)
고물개 : '고무래'의 방원(강원,충청,황해)
탑시기 ; '먼지'의 충청도 방언, 비슷한 말로 탑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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