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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한여름밤 개구리 울음소리

by 박카쓰 2008. 7. 11.

한여름밤 개구리 울음소리

 

  어젯밤엔 비가 어찌나 사납게 내리던지 잠자면서 몇 번을 깨었는지 모른다. 이게 자는 건지 깨어있는 건지 그야말로 비몽사몽간을 헤매는데 우리 아파트 옆 논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번 가뭄으로 그 개구리들이 다 사라져 더 이상 못 듣겠구나 생각했는데 어디서 벌떼처럼 몰려 왔는지 그 소리 또 들려온다.  유심히 그 울음소리 들어보니 그 소리 각기 다르네.


  '깨골깨골, 똘똘똘, 꽐꽐꽐, 꼴꼴꼴, 꼬르르르 꼭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라더니 생각하기에 따라 달리 들려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청각을 곤두세우고 들어 본다. '꼴꼴꼴, 꼬르르르 꼭꼭, 깨골 깨골, 똘똘똘, 꽐꽐꽐, ' 

  어쩌다 그 합창소리 멈출라 하면 한 놈이 잽싸게 선창하고 이어 모두들 그 노래 따라서 하는데 그 합창소리 또한 대단하다. 그래, 바로 저 울음소리! 어릴 적 집 앞 논배미에서 우는 개구리 울음소리잖아.

 한 여름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고  '개골개골개골, 골개골개' 요란한 소리 따라 흥얼대며 그 소리 흉내냈지. 잠시 어린 시절의 여름밤을 떠올리고 노래를 불러 본다.

 

"개골 개골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밤새도록 하여도 듣는 이 없네     듣는 사람 없어도 날이 밝도록
개골 개골 개구리 노래를 한다     개골 개골 개구리 노래를 한다."

 

  뭇 개구리들이 다투어 서로가 저 잘 낫다고 울어대며 이제 개구리 울음소리가 더 절정을 이루는 듯하다. 그러는 사이 한 여름밤은 자연의 음악에 취해 깊어만 간다.'개골개골, 똘똘똘'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올 여름은 그래도 행복한 여름인 듯 싶다.

 

 왠지 오늘따라 저 개구리 울음소리가 삶에 지쳐있는 나에게 향수(鄕愁)를 불러준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소리가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절박한 비명인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얼마 있지 않아 우리 주변도 아파트촌이 되어 버려 더 이상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을 테지만 지금 내 기억 속에 있는 그 울음소리 마저 들을 수 없을 소냐?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자연의 심상(心想)에 젖어 사심(私心) 없이 있는 그대로  교감(交感)할 수 있는 맑은 영혼을 늘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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