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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상수야! 아빠, 어릴 적엔 수박을 이리 먹었단다.

by 박카쓰 2008. 7. 11.

 

 

 

여름철 최고의 과일, 수박...

수박밭하면 이렇게 원두막에 앉아

잘 익은 수박을 먹는 걸로 알고있지만

내 어린 시절 수박은 이렇게 먹었답니다. ㅠㅠ

 

 

 

 

 

상수야!  아빠, 어릴 적엔... 

 

  어제는 시골 가는 길에 대균이라는 친구 집에 들려 이 얘기 저 얘기 좀 나누려 했더니 친구는 없고 어머니가 반가이 맞아 주시며 가는 길에 수박을 4통이나 건네신다. 봄, 여름내 땀흘려 고생하셨을 친구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릴 적 수박 먹던 시절을 돌이켜 봅니다. 


 

 


  한 여름이지만 오늘은 동네 아주머니들이 짚과 장작을 머리에 이고 손에는 자식새끼 하나 둘 거느리고 앞 동네인 쌍청이나 새말로 나간다. 겨우내 고쿠락에 불을 지펴 따뜻하게 자고 싶었어도 아까워서 옥이야 금이야 애지중지하던 짚과 장작이었지만 오늘만큼은 큰맘먹고 내다 팔 모양인가 보다.
 

  이윽고 수박밭에 다다르면 수박이 이곳저곳에서 뒹굴고 있는데 끝물인지라 못생긴 놈, 금간 놈, 허연 놈... 그냥 주어올라치면 그것도 주인은 맞바꾸기가 조금은 아까운지 말라비틀어진 수박 줄기를 걷으란다. 

   배가 볼록 나오도록 터지게 수박을 깨먹으며 아주 작은 놈으론 동무들과 야구공인양 던지고 받다보면 아주머니들은 퉁구먹에 수박을 있는 대로 쑤셔 넣고 오는 걸음을 재촉한다.  
 

 

 

 


 

 온 식구가 모여 수박을 먹는다. 잘 익은 데는 어른들이 잡수시고 엄마와 새끼들은 허연 데를 먹을라치면 엄마는 성냥 곽 만한 크기의 '감미정' 이라는 당원을 몇 알 꺼내어 숟갈 뒷부분으로 짓 으깨어 허연 수박과 먹었더니 그것이 바로 수박 화채 아니던가! 그것도 모자라 숟갈로 껍데기 있는데 까지 갉아먹다가 숟갈이 밖으로 삐져 나오고 그 껍데기가 무슨 효험이 있다고 지붕에 말리기까지 하여 먹었으니...

 

 

 

 상수야! 이제 너희들과 수박 먹다가 빨갛게 잘 익은 데도 그냥 버린다고 아빠가 화내던 것 이해하겠니? 아빠, 어린 적엔 수박 이렇게 먹었단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자린고비 같은 이러한 생활이 있었기에 이만큼 살게 되었는데 어찌 그 시절을 잊어버릴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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