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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곤충채집

by 박카쓰 2008. 7. 11.

  해가 길은 여름철은 저녁을 먹고 나도 해가 남아 있다. 그럴때면 부른 배도 꺼추고 산자락 샘터에서 물도 뜰 겸 우암산에 오른다. 자주 이곳을 오르다보니 이제는 힘드는 것보다는 주변을 둘러보는 일에 눈이 쏠리게 된다. 그런데 오늘은 나무기둥에 매달려 "맴 맴 맴 찌르르, 맴 맴 맴 찌르르" 힘차게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내 귀를 따갑게 했다. 도대체 저 놈은 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어 저리 큰 소리로 하루종일 우는가 싶어 살그머니 다가가니 도망도 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울기만 한다.
 

  옛날 초등학교시절 여름방학숙제로 빠지지 않았던 단골손님이 상표 모으기, 찰흙 공작, 식물채집, 그리고 곤충채집이었다. 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골치 아프고 하기 싫었던 것이 곤충채집이었는데 특히 이 놈의 매미를 잡으려고 얼마나 애썼던가?
 

  쭉 뻗은 가느다란 아카시아 나무를 베어다가 족제비 싸리나무를 동그랗게 휘어서 매미채 틀을 만든 다음 헌 모기장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귀한 지라 거미줄 이 끈끈이 노릇을 하며 망을 대신했다. 그 거미줄을 모으려고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후미진 곳만을 골라 뛰어다니면서 거미줄을 동그란 싸리나무 안쪽에 거두어 들였는데 발바닥에 땀이 나 고무신이 막 벗겨질 때면 제법 끈적끈적하게 되고 이제 매미를 잡으러 나섰었다.
 

  참나무가 많은 뒷동산으로 매미사냥을 나갈 때쯤이면 그렇게 울어대던 매미들은 온데 간데 없고 그나마 한 두 마리 눈에는 띄지만 참나무 저만치 위에 앉아 울고 있어 잡을 수가 없다. 다행히 나지막이 앉아서 울고 있는 놈을 발견하고 몰래 살살 기어가면 어느새 날아가 버린다. 아마도 매미는 그 큰 눈으로 다 내려다보고 있었겠지. 그때까지도 안 날아가버린 놈이 있어 요때 다 싶어 더 낮게 조심스레 다가가 매미채를 매미 머리 위에 올려놓으려 하면 요놈의 매미가 나를 약 올리려는 지 나무 기둥둘레를 타고 살금살금 옮겨다니는데 내 몸도 같이 돌아가서 허리가 꼬이고 머리를 하늘로 치켜 뜨다보니 고개는 끊어지게 아프고 진땀이 더럭더럭 났었다.
  그러다 한 놈도 못 잡고 번번이 허탕만 치다보면 해는 저문다. "네 요놈들, 내일아침 네 놈들 잘 못 움직일때 내가 그냥 놔두나봐라." 하지만 다음날 일찍 일어나도 별 수가 없었다. 끈끈이 매미채가 아침 이슬을 머금고 축 늘어져 파리가 앉아도 끄덕도 없다. "아이쿠! 이걸 만드느랴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쯧쯧"
 

  이젠 방학도 끝나가고 그간 잡아둔 여치, 잠자리, 풍뎅이, 집게벌레, 사슴벌레, 매미를 이곳저곳에 모아 두고 있었다. 마침 고모가 아버지께 드린다고 셔츠를 사오셨는데 그 하이얀 셔츠 곽때기가 곤충 넣어두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그때만 해도 소독약이 없어 잡아놓은 곤충은 거의 썩어버리고 간신히 몇 마리를 핀으로 꽂아 방학숙제를 제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