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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등잔불

by 박카쓰 2008. 7. 11.

등 잔 불

                                                                                  (2000.8월)

 

 

 

전기가 없던 어린 시절
등잔불은 우리의 태양이었죠.
그 등잔불 꺼지는 날엔
온 누리가 암흑이었죠.   

 

그 등잔불밑에서 아버지는 퉁구먹만드시고
엄마는 헤진 옷가지 꿰매시고
나는 그옆에서 책펴놓고 꾸벅꾸벅  
그러다가 온가족이 속내의를 벗어
손톱이 뻘개질 때까지 이를  잡고

 

그 등잔불은 항상 희미했었죠.
새규지름이 아까워 심지를 조금만 내밀었으니까요.
답답해 심지를 키우면 코끝도 새까맣게 되지만
"아이구, 저놈이 살림 말아먹네" 하셨죠.

 

한밤중 잠자다 그 등잔을 발로차 엎지러지는 날엔
온식구 난리가 나서

그 방바닥 새규지름을 담어 보지만  별 수 없었죠 
 "아이구 아까워..저 새규지름이 얼만데..."  

 

* 새규지름; 엄마가  석유기름을 발음하시는 대로 적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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