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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중학교때 소풍가던 날

by 박카쓰 2008. 7. 11.

중학교때 소풍가던날

 

  시골 촌놈이 중학교에 들어와서 처음 소풍을 가던 날.
  약수터로 소풍을 갈려면 꽤나 오래 걸어야했다. 지금의 대성동 고갯길을 넘어 먼지가 뽀얗게 나는 명암저수지를 옆으로 지나면서 목이 쫄쫄 탔지마는 약수터에 가면 약수물을 실컷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참고 걸었다.


  그렇게 당도한 약수터에서 기다리던 점심시간! 친구들아 같이 변또 까먹자. 모두들 변또를 열어서 엄마가 정성드려 싸주신 김밥을 먹으려는데 친구들 김밥과 내 김밥이 크기와 모양에서 완전히 달랐지 뭐야. 친구들 것은 얇게 말아 잘게 쓸어져 있는데 내것은 둥글기가 어른 손목 굵기 만하고 길이는 변또의 길이와 똑 같았지. "야! 네가 사는 시골에서는 김밥을 그렇게 싸니?" "그래. 우리는 이렇게 해서 먹는데 먹어보지 않으렴." 변또안에는 세 개의 굵고 긴 김밥이 있었는데 아깝지만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지. 사실 나도 친구들이 싸온 보기좋은 김밥이 침을 꿀꺽 꿀꺽 넘어가도록 먹고싶었으니까 말이야.

 

 근데, 이게 왠 일인가? 친구들이 내 김밥을 입안에 넣다가 중간에 이빨로 잘라야 하는데 김이 누져서 인지 잘라지지 않는 거야. "야, 야, 이것 안 짤러 지네." "아이쿠, 이거 숨 먹어가겠네..." 다시 꺼내려고 쑥 잡아 빼는데 그 안에 들은 기다란 다꽝만 빠져 나오는 지는 것 아니겠어.  그 당시 김밥 싸주신 것만도 감지덕지일텐데 그날 난 집에 와서 엄마한테 골을 몹시도 부렸지. "엄마, 나 다음부터는 맨밥 싸 줘."
 

   다음 소풍에도 만만한 소풍장소가 없었는지 약수터로 향했다. 친구들과 다시 도시락을 풀렀지. 하지만 이번에는 걱정없었어. '도시락안에 든 내 맨밥만 먹으면 되니까. 어차피 나누어 줄 수도 없으니.' 근데 이번에는 친구들이 모두 얇은 나무로 만든 도시락을 가져오고 변또는 나만 가져왔네. 그 도시락 먹고 도시락 나무 껍데기와 신문지를 버리고 훌훌 손을 털어 버리는데 이내 몸은 보재기안에 들은 변또통과 찬통이 어우려져 나는 소리를 죽이려고 약수터에서부터 장장 50리 길을 조심조심 걸었다. 그날 따라 그 소리가 왜 그렇게 크게 들리는지... 딸가락 딸가락

 

  하지만 그 먼길이 그렇게 멀지는 않았다. 약수터에서 사이다를 그렇게 사먹고 싶었지만 친구들한테 한모금 얻어 먹고 더 먹고싶은 것은 쐐! 하기도 하지만 사먹는 사이다에 비하면 찌린내가 나는 약수물로 대신 했고 그 돈 아껴 길가에서 산 엄마드릴 쁘로찌를 주머니속에 넣고 있었고 아버지 좋아하시는 막소주 한 병을 손에 달랑달랑 들고 있었다. 동네 가까이 들어서면서 나 혼자 걸어가게 되었을때 변또소리가 더 나도록 도시락 보재기를 어깨위로 홱홱 돌리면서 집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엄마, 나왔어. 이게 뭔 줄 알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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