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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인문학

「소크라테스의 변명」 - 플라톤

by 박카쓰 2023. 2. 25.

플라톤의 대화편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자 플라톤 철학의 출발점이라 불리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이 정암고전총서 플라톤 전집으로 새롭게 나왔다. 『변명』은 플라톤 작품 가운데 소크라테스의 이름이 제목에 들어 있는 유일한 작품이며 소크라테스의 연설을 생생하게 직접 화법으로 전달하는 중량감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라는 제도와 관행이 확립되는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토양 위에서 공동체의 행복을 어떻게 성취할 수 있는지를 사유한 소크라테스. 그러한 영광의 세기가 퇴색하자 희생양으로 재판정에 선 소크라테스를 당대의 지식인들은 지나쳐 버리지 않았다. 그의 재판뿐만 아니라 일련의 행적과 대화 내용까지 주목을 받으며 사실상 플라톤의 모든 대화편이 속하는 ‘소크라테스적 이야기’라는 장르가 유행하기에 이른다. 

 
플라톤

펠로폰네소스 전쟁 시기에 태어나 아테네가 그 전쟁에 패하는 현실을 보았다. 대내적으로는 여러 정변을 목격했고, 큰 기대를 가졌던 민주 정권 시기에는 그가 보기에 “가장 훌륭하고 가장 지혜로우며 가장 정의로운 사람”인 소크라테스가 불경죄로 처형되는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그리하여 그는 한창나이에 가졌던 정치가의 꿈을 접고 아테네의 암울한 현실을 타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이 철학자의 길이었다. 그는 현실과 무관한 이데아론으로 관념적인 사변의 세계에 빠져 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의 관심의 중심은 늘 현실에 있었다. 형이상학적인 이론들도 결국 현실을 근원적으로 통찰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의 정치철학의 핵심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대화편으로는 《국가》와 《정치가》 및 《법률》을 꼽을 수 있다.

 

“아테네인 여러분, 나를 고발한 사람들로 인해 여러분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난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그들로 인해 나 스스로도 거의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어버릴 지경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그들은 설득력 있게 말하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진실에 관한 한은 그들이 사실상 아무것도 말한 게 없다 할 수 있습니다.”
(본문 25~26쪽, 17a)

“날마다 덕에 관해서 그리고 다른 것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그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좋음이며, 검토 없이 사는 삶은 인간에게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하면, 여러분은 이런 말을 하는 나를 훨씬 더 못 미더워할 겁니다.”
(본문 101쪽, 38a)

“아니, 벌써 떠날 시간이 되었군요. 나는 죽으러, 여러분은 살러 갈 시간이. 우리 중 어느 쪽이 더 좋은 일을 향해 가고 있는지 는 신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분명치 않습니다.”
(본문 115쪽, 42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