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시골집 토지보상 관련 일로 고향을 찾았다. 산하가 눈으로 덮혀있다. 공북 뒷산 벌목한 곳은 눈덮힌 모습이 제법 설산답다.
어릴적 겨울 모습이 떠오른다. 논빼미에 물을 대놓고 썰매를 타고 팽이를 쳤었다. 그리고 연을 날리며 저 들판을 뛰어다니곤 했었다. 좀 커서는 지게를 지고 저 산속으로 나무를 하러 다녔다. 나무 한짐을 해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부모님 돌아가신지 20년을 넘게 버텨오는 집이다. 광과 외양간은 무너졌지만 본채와 창고 하나는 남아있어 다행이다.
내 고향마을이 오송화장품단지로 수용된다. 지금 LH공사와 보상 협의가 이루어지고있다. 참 오래 걸렸다. 내집 바로 앞까지 오송생명과학단지가 들어선 지도 10여년이 넘었다. 저 건너 논도 생명과학단지로 내년에 수용될 듯하다.
우리 인생이 왜 불행하다고 생각할까? 그 이유는 앞으로의 일을 미리 걱정하고 지나간 일을 후회때문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하루하루 만족하면 인생 행복인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박카스도 그렇다. 내 땅 안에 들어선 이웃집과 동네길...과연 내 땅 몫을 못받으면 어쩌나 걱정해왔다. 그리고 내년에 이루어질 보상도 또 걱정하고있다. 이렇게 했더라면 더 받이 받았을 걸...하며 후회도 하고있다.
부모님 산소에 왔다. 누가 왔다갔다? 산토끼? 고라니? 이녀석들 놀이터가 되었구나. 종갓집이라지만 산지기처럼 살아오신 부모님... 4남매 키우시며 땅팔면 죽는 줄 아시고 자식들에게 물려주고가신 땅이다.
"부모님! 올해 증손자가 무려 넷이나 생겼지요. 무엇보다 우리 가족 모두 무탈하게 살아가는 것이 다 부모님께서 지켜봐 주시는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12월24일 대청댐 부근에서 4남매가 만났다. 가족이니 어려워하지말고 마음껏 자랑하자고 했다. 하루하루 커가는 손자들, 바이오 박사부부, 고향 토지 보상...내년엔 두어번 만나자꾸나.
우리의 삶에는 내일이 있어서 행복하다. 내일은 희망이다. 이 녀석들이 내년엔 돌을 맞이할 것이고 제 발로 이리 저리 걸어다닐 것이다. 우리의 몸은 늙어가지만 이 녀석들 커가는 모습에 흐뭇해 할 것이고 세상 욕심내려놓으면 마음은 더 편안해져 더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번 둥이손자를 보러간다. 벌써 낯가림을 한다. 할비할미를 보면 경계한다. 더 자주 오라는 거겠지. ㅎㅎ
보상이 끝나도 정작 공사는 2024년에 시작된단다. 내년에도 농사 짓을 수 있단다. 시골집에 자주 들려 꽃과 텃밭을 더 가꿔야겠다. 고향 떠나기 쉽지않는가보다. 미련때문인가 아쉬움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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