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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중학교 '기차통학'할 때가 가장 추웠다

by 박카쓰 2009. 2. 19.

친구야! 엊그제는 눈발도 날리고 꽤 추웠지? 그래도 요즘은 방한복이 좋잖아. 춥다춥다 중학시절 기차통학할 때만큼은 안 추웠으리...

 

'기차통학'하면 참 재미있겠다며 낭만을 떠올리지만 키는 작아 가방이 땅에 끌리다시피하며 하루 30리 넘게 걸어서 기차를 타고 다녀야했기에 정말로 힘든 등하굣길이었다. 특히나 일년 사계절 내내 같은 열차시간이어서 해가 짧은 겨울에는 밤에 다녀야했다.  

조치원-청주를 오가던 기차는 객실이 3칸이었다.

 

 

새벽 부엌에서 밥을 지으시는 어머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서 일어나라. 기차 못 탈라."  4시반쯤 일어나 밥을 국에 말아 허겁지겁 들여마시고 5시30분 집을 나설때면 서쪽하늘에 시퍼런 그믐달을 볼 수 있었다. 2~3살 많은 형들따라 다니려니 거의 뜀박질 수준이었다.

 

원앞을 지나 궁평에 다다를 즈음이면 조치원쪽에서 뻑~뻑뻑~~ 기적소리를 울린다. 또 늦었구나! 이제부터는 생사(?)를 건 줄달음이었다.  이때 매일 같이 뛰어다닌 탓인지 학창시절 오래달리기는 꽤 잘했고 4~50대는 마라톤 풀코스도 몇 번이나 했다.   

 

6시25분경 가까스로 기차를 타고 미호, 정봉, 서청주거쳐 7시20분쯤 청주역에 도착했다. 내 중학교까지 족히 3Km를 더 걸어가야했다. 버스도 있었지만 버스비(7원)도 아끼고 콩나물 버스였다. 교실에 도착하면 8시, 늘 학급에서 1등이었다.  

 

1968년 청주역 개통식때 사진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는 저녁 6시 25분경 출발했다. 학교가 끝나고 무려 2시간을 기다려야했다.  가끔씩 친구와 만화가게에 들리기도 했지만 대부분 역 대합실서 2시간을 기다려야했다.  춥고 어두워 밖에 나가 놀 수도 없고 마냥 기다리기도 따분해 내키지 않는 책을 또 펴야만 했다.

 

그때 그시절 청주역 앞에는 빵과 만두를 파는 포장마차가 여러곳 있었다. 따끈따근한 빵(1개 5원)이 있었지만 침만 삼켜야했다. 난 지금도 찐빵 대여섯개는 거뜬하게 먹는다.  ㅎㅎ

 

진빵보면 기차통학하던 때가 생각난다.

 

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깜깜했다. 전기도 들어오지않았고 혼자 떨어졌다간 무서워 갈 수도 없었다.  또 형들따라 가려니 똥이 빠지게 걸어야했다. 그나마 2~3군데 주막집에 아버지가 안계시면 큰 다행이었다.

 

밤 8시반은 되어서야 움켜진 배로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래도 이만하면 양반이었다. 툭하면 기차가 연착되어 9시 넘기는 일도 일쑤였고 주막에 아버지가 계시는 날엔 모셔와야했기에 한밤중에 집에 도착했다. 

 

 

몇년전 영주~분천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타고 옛시절로 돌아가봤다. ㅋㅋ

학창시절 껌 좀 씹던 놈같은데...ㅋㅋ

 

해마다 겨울이면 춥지만 그때 그시절 기차통학할 때가  가장 추웠던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