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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문학동네

김은숙시인과 함께하는 책방 통통-송진권 詩人(19.12/3,화)

by 박카쓰 2019. 12. 4.



저녁을 먹고 오후 7시 이웃 꿈꾸는 책방에서  

'김은숙시인과 함께 하는 책방 通 通'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이 시집은 지난 2월 시읽기 프로그램에서 한번 읽은 적이 있지요.







북콘서트를 엮어가시는 김시인님의 말솜씨가 참 돋보입니다.

그간 무수한 책을 읽으셨고 많은 진행을 해오신 노하우겠지요.

 


[여는 詩]


아궁이 들여다보기


아직 온기가 남은 아궁이 속에는

꺼지지 않은 불씨들이 초롱하니 눈을 뜨는 것이다

재를 헤치며 잘 익은 고구나나 감자가

데굴데굴 굴러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며느리 불 때기 좋으라고 가시 달린 나무는 빼고

맞춤한 크기로 나무를 잘라 들여주던 마음이 사

는 것이다

고추장 종지 간장 종지 얹은 밥상에다

고슬고슬하니 자르르 윤기 흐르는 밥을

사발에 꾹꾹 눌러 고봉으로 담아주던 마음이 사

는 것이다

시어른들 어려워 상을 들이고

부엌 바닥 따방이 위에 바가지 얹어서

눌은밤을 먹는 이가 사는 것이다

물독 터지는 소한추위에

송아지 춥지 말라고 아궁이 앞에 들여주던 마음

들이 사는 것이다

헌 이불 뜯어 덕석 만들어 입혀주던 사람들이 사

는 것이다

등에 업은 어린것에게 아궁이를 헤집어

호호 불어가며 먹이던 고구마 같은

훈김 나는 마음들이 사는 것이다

펀지기 구정물에 비치는 겨울 별자리처럼

어룽어룽 사는 것이다

 


[선택한 詩]

                         소의 배 속에서


 소의 배 속에서 살았습니다

 소는 드문드문 털이 빠졌고 눈에 허옇게 백태가

끼었습니다.

 

 소의 배 속은 방이 네 개라

 형이 주름진 방 하나를 차지하고

 누나는 이쁜 벌집 모양 방을 차지하고

 엄마 아부지는 나머지 방을 차지하고 

 나는 똥구멍 가까운 방을 차지하고 살았습니다


 불을 넣으면 불길이 엄마 아부지 방과 형 누나의

방을 지나

 입과 똥구멍으로 허옇게 연겨이가 새어 나왔습니다

 형이랑 누나는 소의 배 속은 너무 갑갑하고 심심

하다며

 형은 소의 똥 구멍을 따라 나가고

 누나는 소의 되새김을 따라 나갔습니다

 소의 배 속에서 엄마 아부지와 살았습니다


 어느 날인가

 나는 나만큼 둥근 방에 엎드린 한 마리 송아지를

보았습니다

송아지를 친구 삼아 살았습니다

송아지는 내 방까지 다리를 뻗으며 꼬리를 휘휘

둘렀습니다

너무 비좁하다고 했습니다

여기가 좁아진 게 아니라 네가 큰 거야

송아지를 따라 밖으로 나왔습니다

엄마 아부지는 소의 배 속에 두고 나왔습니다



[닫는 詩]


비 들어오신다


며칠 앓다 일어나 앉아

입 안이 모래 한 움큼 삼킨 듯 깔깔할 때

낮인지 밤인지 분간도 못하고

몽롱해 있을때

비 들어오신다


몸도 마음도 잃고

희디흰 곳이거나 검디검은 곳을 다니다 왔을 때

비 들어오신다

앞산 보얗게 더퉈 내려와

휘적휘적 물 가둔 논물에 둥근 발자국을 내며

마당에 번번하게

비 들어오신다


풀썩 먼지 나는 마당을 지나야

처마에 그렁그렁한 눈으로 맺혀 들여다보신다

어디가 얼마나 아프냐고

아파도 꼭꼭 밥은 챙겨 먹으라고

흥건하게 지나가신다








시읽기가 끝나고 경품추첨...

웬일이랴....또 당첨되어 선생님의 최근 동시집을 선물받네.







꿈꾸는 책방에서는 지역작가님의 책을 이렇게 정리해놓았네요.




남들은 시를 쓰기도 하는데 읽기도 못한다면이야?

더 자주 프로그램에 참여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