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었다.
멀리 계룡산 천왕봉도 보일만큼...
아니 그보다도 두세달 끌어온 문인화협회전 작품을 마감했으니...
비록 어젯밤은 술 기운으로 또 인터넷바둑을 두었지만
오늘 밤은 그렇지 않으리라~ 이웃 책방으로 향했다.
여러 지인들 만나네요.
권교수님, 시인들 그리고 수필가들...
김은숙 시인과 함께하는 책방, 通通~
오늘은 이윤경 시집 [눈부신 고독] 낭독회
저자 이윤경은...
1954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청화산을 휘감아 부는 푸른 바람으로 시심을 키웠다.
1996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 『빈터』를 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 [시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눈부신 고독
-이윤경
밤이면
아름드리 몸통의 늙은 나무가
몸이 아파 울었다
검은 고요 삼키면 삼킬수록
가지마다 푸른 아픔이 구름 떼처럼 매달렸다
하얀 초승달이 엉클어진 머리칼을
곱게 빗어 다독여도
그 울음 재우지 못했다
바람 잦은 모래 언덕에 홀로 서서
모래알보다 많은 날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을 견딘 만큼
서러움의 그늘은 넓어지고 무거워졌다
하룻밤이라도
누가 저 지독한 아픔을
포근히 안아 잠재워줄 수 있는가
먼동이 트면
휘어진 등뼈에 굵은 줄기 하나 세우려고
숨소리 가빠지는
노송 한 그루
떠나는 풍경
-이윤경
허공이 흔들린다
서로 다른 가랑잎 우르르 허공 속에서 소용돌이를 친다
할 말을 잃고 토막 신음을 뱉으며
한 줌 흙무덤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끝없는 고행을 한다
구름이 몰려오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나무벤치에 빈병처럼 앉아있던 노인이 등을 구부리고 어디로 간다
그 느린 걸음을 다그치지 않으며
빗방울들 조용히 따르고
바람은 노인의 얇은 목도리를 만장으로 날린다
모두가 간다
가랑잎, 구름, 빗방울, 바람, 노인, 올 것이 다 왔다가
갈 것이 다 가고 있다
어딘가 가야 할 내 몸도 창가에서 멀어지고
허공 속으로 가는 새들도 가물가물하다
여기저기 쓸쓸함을 챙겨 지고
한 풍경이 적멸한다
춘자
아버지
죄송합니다
오래 잘 살길 바라며 지어주신 이름
서른 아홉 해 되는 어느날
고양이 제 밥그릇 아래 제 똥 파묻어 놓고
아무렇지 않게 살듯
그렇게 묻고 살았습니다.
자식 넷이 핏덩이로 죽어서
한이 되어 지으셨다는 이름
감기도 안 걸리는 튼튼한
옆집 춘자 이름 그대로 따라지어서
큰춘자 작은 춘자, 놀림도 무성했던 이름
아버지에게 허락도 받지않고
나이 육십이 넘어서는
법원서 개명 판결을 받고 지웠습니다.
추운 날은 솜이불 싸서 등하교시키고
비 오는 날은 복도에서 우산 들고 계셨던 아버지가
언제 어디서든 부르면 뛰어갔던 이름을
세상에서 싹 지웠습니다
복어포 하나 소주 한 병 놓고
흰 좋이에서 써서 바치는 이름
이윤경,
아버비가 부르시지 못하는 이름
소지로 올리려다 허리춤쯤 묻어두고 갑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버지
마음 상하시더라도
하늘 맑은 날은 꺼내 불러봐 주세요.
두번째 참석한 Book Concert....
콘서트를 진행하시는 김시인님...
정말이지 놀랍습니다!!!
어쩌면 말씀을 그리 조리있게 잘 하시고
평소 얼마만큼 시를 섭렵하는지 잘 알 수 있었네요.
어라? 오늘은 경품으로 빵까지 타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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