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시읽기 마지막 시간이다.
오늘은 수업을 막 시작하려는데 이제껏 함께 시읽기하시던 두분이 동인지라며 얼마전 출판한 동인지 여름강을 선뜻 내놓으신다.
동인지??
동인지라면 예전 국어시간에 시문학회니 청록파니 시인들이 하나의 문학사조로 함께 내놓던 책아니던가?
2012년2월에 여름강 시동인회가 결성되었고 올해가 제7집이니 해마다가 출판하시는군요. 와~이런 베테랑 詩人분들과 마주 앉아 공부했네요.ㅎㅎ
반가운 마음에 [우술필담]보다 먼저 읽어봅니다.
단양 가는 길
- 심효진
S자 고개 몇 번 돌아도 벚꽃츤 보이지 않고 꽃봉오
리만 나비같이 날아와 엄마 머리에 잠깐씩 앉았다
날아간다 아리랑~ 아리랑~구불구불 부르다 멈추고
"활짝 핀 꽃도 예쁘지만 꽃봉우리가 더 예쁘다"
엄마 눈이 먼 산을 보고있다
엄마! 할머니 토해요 일곱 살 경주가 빈 꿀꽈배기
봉지 할머니 입에 대준다 "이제 입에 가자" 엄마의
시금털털한 말에 냄새가 욱-욱- 또 고개를 넘는다
활짝 핀 왕벚꽃이 호숫가 구단양을 두 팔에 안고
있다 꽃을 처음 본 사람처럼 엄마와 경주가 손뼉 치
며 꽃 속으로 들어간다 흰 머리가 보였다가 파랑 바
지가 보였다가 꽃 속에서 숨바꼭질하는 희나비 파랑
나비
*숨박꼭질(x)이 아니구나.ㅠㅠ
대성로 268번 길
- 권명숙
수암골 아래 긴 골목
서경빌라 스위트빌
샤르망풍옵셪호텔식원룸
흐릿한 기억이 팝업으로 뜬다
몇 번 망설이다가 대문을 두드렸다
자취방 있어요?
더 싼 방 있어요?
돌고돌던 골목
미끈한 빌딩들이 우뚝 섰다
우암빌 유진빌 영진하우스와 코인빨래방
어디로 드시겠습니까?
에어컨, 드럼세탁기, 붙박이장, 냉장고, wifi 빵
빵 풀옵셥입니다
번개탄이 연탄보다 더 많이 필요했던
주인집 연탄밑불 옮겨 넣고 웅크리고 자던
계단아래 번태탄이 가득하길 바랬던 골목
수백 년 만에 발견된 벽화처럼 꼼꼼히 읽는다
더큰컵밥 백미순대 쭈꾸미얼큰칼국수 GS25
골목 끝 북경반점은 아직도 기우뚱 서있다
*지금도 집사람은 고딩때 자취했던 이야기를 꺼내면 눈시울을 붉힌다. 시골 무극에서 청주로 명문여고들어왔지만 막상...
잘난 도시애들속 성적 스트레스, 멀미에 저 연탄불 꺼지는 날엔... 에구구...고생많았겠다.
이제 본격적인 수업 우술필담 2번째 시간...
동산고개
여기가 희석이네 집터 저기는 방앗간 집 큰 아들 학호 장
가도 못가고 늙어 자빠진 곳 하루 종일 느티나무가 울음 털
어내던 곳 마을 앞으로 조그만 개울 흘렀는데 비만 내리면
키 큰 학호 엄니 우산도 없이 개울가 맴돌며 비를 맞았지 동
산고개 어린 것들은 뒤를 쫒으며 학호 동생 참꽃 무덤가에
꽃을 던지고 꽃을 던지고 학호 엄니 엉엉 웃음만 흩날리며
다녔지 그 웃음 찰랑찰랑 누런 달이 되었지
밤실
영배 엄니는 남의 남정 곁에 술 따르다 지게 작대기로 맞
아 죽을 뻔 했고 경식이 동생 경님이는 새벽열차 탔어라 영
배 아버지 울화통 닦아내지 못하고 기어이 어부동 강 건넜
을때 살구꽃은 흔탈렸어라 봄비 소리로 속살거리던 경님
이도 영영 흩날렸어라
분꽃
우리 아덜
하나 밖에 웂는 우리 아덜
우리 아덜 보면 나는
벌벌벌 떨어
밤두 안 넘어가 우리 아덜
오티게 킨 아덜인디
그렁그렁 울 엄니
씨/열매 : 9월부터 열매가 익기 시작하는데 둥글고 딱딱한 꽃받침의 밑부분에 싸여 있다.
우술 필담 雨述筆談
계족산 들어가 우술 계곡으로 흐르려는 것인디 폭설 갇힌
천개동 황톳기로 얼어붙으려는 것인디 저 싸리 붓은 돼
지 막 앞에 앉아 나를 끄덕거리고 있었으니 온종일 오물거리다
한 글자 한글자씩 뱉어내고 있었으니
수업을 끝내며 다시 권명숙님의 시로...
미세먼지 좋음
이종수 시집 '안녕, 나의 별'에서 '부시다'를 데리고
산책한다 둥근 달이 아파트 뒤편으로 갔다가 반대쪽
에서 나온다 어둠에 얼굴을 부시고 나온다 쏟아지는
감을 부시러 나온 나는 '부시다'를 목련나무 겨울눈
옆에 걸어 두고 산책한다 달랑달랑거려도 덜렁덜렁
걸려도 '부시다'는 부시다이다 나는 나의 잠을 부시
면 된다 까치똥은 길바닥에 쌓이고 잣나무 가지에서
잠든 까치는 숨소리를 감춘다 앞서 걷는 담대연기가
골목을 통째로 부신다 뒤로 돌아 걷든다 때마침 향
수 짙은 그림자가 다가온다 나의 잠은 어디로 갈 것
인가 달은 제멋대로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간다 걸려
있는 '부시다'를 걷어 손에 쥔다 까치의 숨소리도 담
배연기도 짗은 향수도 제 갈 길을 간다 고요해진 공
원을 고요하게 들고 돌아간다 안녕 나의 별
뭔 소리인지...ㅠ
얼른 읽어봐야겠네
시읽기를 마치며...
이런 프로그램을 늦게 알게되어 2월부터 시작하였는데 그나마 2번을 빼먹고 겨우 6번 참석했네. 하지만 이렇게 편(?)하게 시를 읽게 되다니...ㅎㅎ
돌아가며 한편씩 시를 읽고 그 느낌을 말하는데 지도하시는 이종수 시인님이 어찌나 소탈하고 자상하신지...잘못 이해한 부분의 이야기도 늘 귀담아 들으시고 이 세상 모든 이야기가 詩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시네.
사실 시를 쓰려거나 시를 배우려 온 것은 아니었지요. 책을 어지간히 읽지 않아 이렇게라도 앉아 있으면 시 몇편이라도 함께 읽었지... ㅎ시는 못써도 시인같은 감성은 떠올려보겠지...ㅎㅎ
난공불락의 城처럼 느껴졌던 詩
타고난 사람만이 詩人이 될성 싶었던 詩人
이제 박카스도 자주 접하다보면 쓸 수 있겠구나...
우리집 근처에 있는 '꿈꾸는 책방'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지나간다했지.
그래도 그 방앗간이 술집이 아닌게 얼마나 잘한 일이냐!
오가며 들리는 이 북카페, 늘 반겨주시는 분들...ㅎㅎㅎ
5월에 폭염주의보! 올여름은 이곳에서 피서해야겠네요.
아래 사진들...
어제 책방에서 일하시던 분께 구했지요.
초상권 침해라면 삭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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