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필시간엔 교수님께서 수사기법중 점층법을 설명하셨다.
점층법은 표현의 강도를 조금씩 높여가면서 맨 마지막을 가장 강하고 중요한 어구로 끝맺는 수사법을 말한다. 수량적인 면에서 적은 것에서 많은 것으로, 정도나 규모가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점차 그 도를 높여나가는 수사법이다. 이 수사법은 중요성이나 본질에서 덜 중요한 것이나 비본질적인 것에서 더 중요하거나 본질적으로 발전해나간다. 또한 감정에서는 그 강도가 덜한 것에서 더한 것으로 점차 상승해 나가기도한다.
그러시면서 아래 시를 예로 드셨다.
단풍/홍윤기
기운썩 좋은 낯 붉은 아이들
아우성치면서 벼랑타고 오르는소리
성대(聲帶) 썩 좋은 아이들
온통 산에 불을 지르는 함성이다.
아니 속속들이
시뻘겋게 달아 올라
이윽고 분출하는 화산이다.
불 타는 산 속에서 나도 물들어
고래고래 외친다.
그러시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낙엽'을 우수에 젖고 처연한 어조로 노래하지만 이 시인은 단풍을 역동적인 생명의 모습으로 노래하며 ‘낯붉은 아이들’ ‘불지르는 함성’ ‘분출하는 화산’으로 점점 그 강도를 높이더니 맨 마지막엔 사람도 단풍과 하나되어 최고조에 이르고있다고 설명해주신다.
불타오르는 주왕산 단풍
그러시곤 그 옆에 단풍을 노래한 싯귀나 표현을 몇개 소개하시는데...
소설가 박종화는 역사소설 ‘錦衫(금삼)의 피’에서 “...산에 가득 붉고 누런 단풍, 잎사귀와 잎사귀! 여기에다 때는 또다시 으스름 황혼이 되어간다. 봄 계집, 가을 사나이다. 아무 한없는 무심한 사람이라도 가을 소리, 가을 풍경을 대하면 공연히 마음이 흔들거리니...”라면서 단풍든 가을날의 들뜨는 심사를 그려내고있다.
백양사 계곡 단풍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 두보)은 ‘산행(山行)’이란 시에서 “상엽홍이월화(霜葉紅二月花)”, 즉 “서리맞은 나뭇잎의 붉기가 2월의 꽃(봄꽃)과도 같다" 고 노래하고있다.
서리맞은 단풍
마지막으로 山 水 人 = 三 紅
피아골의 가을단풍은 지리10경중 제2경이라 불릴만큼 유명한데 그곳에 가면 삼홍소(三紅沼)라는 웅덩이가 있다. 그곳에 단풍이 짙게 물들 때는 산도 붉고 (山紅), 사람도 붉게 물들고 (人紅), 물까지 붉게 비친다(水紅)고 하여 삼홍소로 불린다. 일찌기 조선 중종 때 학자 남명 조식(曺植 1501~1572)은 지리산의 삼홍소(三紅沼)를 보고 이렇게 시를 읊었다한다.
삼홍소 (三紅沼)
흰구름 맑은 내는 골골이 잠겼는데
가을에 붉은 단풍 봄꽃보다 고와라
천공(天公)이 나를 위해 뫼빛을 꾸몄으니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조차 붉어라.
지리산 피아골 삼홍소
우리나라를 두고 금수강산이라고 일컫는다. 그만큼 우리국토가 마치 비단을 수놓은 듯이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四季)의 풍광이 모두 아름답지만 그 중에서도 단풍 물드는 가을철이 으뜸일 것이다. 어느 외국인이 한국의 가을산을 보니 왜 금수강산이라고 하는지 그 까닭을 알것같다는 말처럼 우리의 단풍은 그 빛깔이 짙고 화려하다. 그래서 가을단풍이 한창일때면 유명산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단풍이 다소 곱지않은 동네 뒷산이라도 가을엔 오르고 싶다.
백암산 단풍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박카스는 단풍으로 물들때면 일년중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낸다. 그야말로 하루가 멀다하고 산에 오른다. 일주일에 두세번은 전국명산을 찾아다니고 그렇지 않을땐 주변에 있는 산이라도 꼭 오른다. 오죽하면 아호를 산하(山河)도 아닌 산하(山下)라고 지었을까? 산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을 인생 최고의 행복으로 여긴다. 아마도 박카스가 남보다 더 뛰어나다고 자랑할 만한 것은 산봉우리 이름을 외우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산에 다녀와도 무슨 산을 다녀왔는지 기억을 못하지만 박카스는 산에 올라 이곳저곳 산봉우리 이름을 좔좔 왼다. "저기 봐봐! 저 뾰족한 봉우리는 00봉이고 그 옆에 둥그스름한 산은 xx산이야."
산하를 내려보는 박카스
가을단풍을 즐기는 것도 때와 순서가 있다. 아마도 맨 먼저 단풍을 알리는 것은 나무가 아니라 억새이다. 억새는 10월 초면 피어난다. 영남알프스 수만평에 이르는 억새평원은 가을단풍의 시작이다. 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10월초 설악산 대청봉부터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은 오대산, 치악산, 북한산, 속리산, 가야산, 내장산 등으로 가을이 깊어가며 남으로 남으로 내려온다.
올가을에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가을단풍을 즐겼다. 10월초 오대산을 시작으로 치악산, 속리산, 구병산, 괴산명산 11월 들어 가야산, 내장산, 백암산 등등...가을단풍철이라고 하면 가을내내 단풍을 즐길 수 있을 것같지만 실제로는 10월중순부터 11월초까지 한달 채 못된다. 때를 놓쳐 늦게 찾아간다면 단풍이 어느새 떨어져 훵~하니 나뒹글고 있고 이번 단풍을 못보면 내년까지 일년을 기다려야하니 새벽잠을 설치고, 하던 일을 나중으로 미루고, 단풍에 물든 산을 찾아 바쁘게 돌아다닐 수 밖에 없다.
절정의 내장산 애기단풍
단풍철 지난후 찾아와 아쉬웠던 내장산 입구
1년에 100개의 산을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산에 다닌 적이 여러해 있었다. 주말엔 꼭 명산(名山)을 찾아다녔고 평일엔 내주변 우암산, 낙가산, 상당산성을 올라다녔다. 그래도 아직은 명산을 찾아싶었다. '2017년 정유년, 여행을 겸한 명산찾기 70회' 새해를 맞아 내걸은 내 산행목표이자 야심(?)이었다. 이제 12월 한달 남겨두고 62회를 다녀왔으니 참 많이 다닌 셈이다. 그래도 해를 넘기기전에 남은 8회를 채워야하니 부지런히 시간을 내서 올라다녀야한다.
이런 나를 보고 남들은 말한다.
"박카스는 산중독이야!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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