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學而時習/My Essay

박카스는 에네르게이아(energeia)적 삶을 살고 있습니다

by 박카쓰 2017. 9. 20.

박카스는 에네르게이아(energeia)적 삶을 살고 있습니다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가 공저한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 p.304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키네시스(kinesis)와 에네르게이아(energeia)라는 용어가 나온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키네시스(운동성)과 에네르게이아(현실태)란 개념을 정립했다.







키네시스는...

그에 따르면 키네시스란 '목적록적 운동'을 말한다. 어떠한 가능성이 있는 사물(뒤나미스, 잠태계)이 목적을 완전히 실현한 상태(엔텔레케이아, 완전 현실태)로 나가가는 과정으로, 정해진 목적을 향해 가는 운동이다. 따라서 보통 운동(키네시스)에는 시작점과 종결점이 있다. 그런 운동은 신속하게 효과적으로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컨대 통근이나 통학을 할 때 가급적 빨리 근무지나 학교에 도착하려고한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의 동작은 아직 미완성이며 불완전하다. '되어가는 중'에 머무는 게 아니라 어느 기간 동안에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에네르게이아는...

이에 반해 에네르게이아는 현실태라 하여 케네시스중 목적의 완성보다는 '실현해가는 활동'에 초점을 맞춘다. 다시 말해 실현이 되어가고 있는 상태, '과정의 상태'에 있음을 뜻한다. 실현되고 있는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그 자체로 완전한 가치를 가진다. 에네르게이아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움직임은 늘 완전하다. '어디서 어디까지'라는 효율성과도, '얼마 동안'이라는 조건과도 무관하다. 


예를 들면 댄스를 보라

댄스는 춤추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지 그것을 통해 어딘가에 도달하려는 건 아니지 않는가! 춤을 추다 어딘가에 도착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목적으로 춤추는 사람은 없다.


여행은 에네르게이아의 예이다

어떤 목적지에 도달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이미 여행이며,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여행의 목적도 아니다. 이미 집을 나온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되고, 그 자체가 여행이다. 여행에서 시간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간다.  프랑스 전역을 둘러보는 여행계획을 세웠지만 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파리에서만 여행을 즐길 수도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목적에 도달하는 것 또한 큰 의미이지만,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등산도 에네르게이아적 행위이다

등산의 목적이 '정상에 오르는 것'에 있다면 그것은 키네시스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헬리콥터를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5분가량 머무르고 다시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와도 상관없다. 물론 산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경우 그 등산은 실패다.  하지만 목적이 산 정상이 아니라 등산하는 그 자체에 있다면 에네르게이아적 행위라 할 수 있다. 산 정상에 올랐다는지는 관계없다.







박카스는 어떻게 살아왔기래?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박카스도 교장교감선생님으로 승진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30대후반부터 시작한 승진 점수쌓기는 10여년 넘게 계속되었다. 밤을 새워가며 연구보고서도 여러편 썼고 벽지점수를 받으려 먼 통근거리를 마다않고 시골학교에 근무했다. 근무평정점수를 잘 받아보려 내키지않는 속쓸개를 내보여야했다. 그토록 열망하던 꿈(?)은 점점 멀어져갔고 그간 노력이 헛수고였다고 생각하고 비관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노력 덕분으로 아이들을 더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었고 그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을 잘 버텨왔기에 지금 더 즐겁게 생활할 수 있으니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보탬이 된 것은 아닌가! 이게 바로 목표만을 향했던 키네시스적 삶이 아니라 살아온 과정이 바로 내삶이었던 에네르게이아적 삶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산다는 것은 키네시스일까요? 에네르게이아일까요?

  우리가 살아가는데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키네시스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우리의 삶은 에네르게이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내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일찌감치 만들어 준비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선정한 버킷 리스트 모두를 실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인생을 마감하기전에 그 리스트를 하나씩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 힘들게 일하면서도 그 리스트를 생각하면 젖은 땀방울을 씻고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리스트를 실천하는 과정이 바로 우리들의 삶이요 그럼으로써 그 삶이 오히려 더 즐거울 수 있고 보람있는 것이다. 우리는 늘 '지금 여기'에 최선을 다하고 살아가고 있기에 그 리스트는 하나둘씩 실천되고 있는 것이고 그러다보면 우리는 우리가 정한 목적지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