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단수첩/교단단상

다시 돌아간 교단, 하지만 장밋빛 꿈이었네(17.10/11~10/20)

by 박카쓰 2017. 10. 21.


 야구경기에서 원래 순번이 정해진 타자를 대신하여 공격에 나서는 선수를 대타(代打)라 하는데 경기가 잘 풀리지 않거나 뭔가 큰 거 한방이 필요할때 代打를 쓴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 대타라는 말이 남 대신에 그 일을 해주는 사람을 일컬기도 한다. 이 박카스가 그런 대타로 나섰다.  이른바 '땜빵교사'로... ㅎㅎ




 지난 9월 5년전 산*고에서 함께 근무하던 열정의 체육교사에게 전화를 받았다. 퇴임하시고 뭐하고 계시냐면서 그 아까운 영어재능 사장시키지말고 재능기부 좀 하시라며 동료교사의 건강문제로 대타가 필요하니 8일간만 산*중에 나와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한참을 망설였다. 남보다 일찍 교단을 떠나며 무슨 아쉬움이 있다고 교단으로 되돌아가는 냐고. 하지만 옛 정때문일까 간곡한 부탁때문일까. 아니다. 학교 현장에서 2학기때는 영어교사 결원이 생겨도 전일제 강사를 구하지못해 쩔쩔 맺던 학교의 실정과 휴가내시는 선생님이 동료교사들에게 주는 미안함을 알기에 선뜻은 아니었지만 퇴임후 무려 20개월만에 학교로 돌아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준비해야할 서류는 신체검사를 비롯하여 왜이리 많고 언제나 새로운 학교를 찾는 일은 낯설음과 긴장감이 앞선다. 첫시간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의 영어선생님을 대신하여 代打로 나와 大打를 치고싶다."  교단에 있는 동안 '안졸리는 영어시간! 재미있는 영어시간!'을 모토로 외치며 만들어온 각종 ppt 자료와 모아온 동영상자료를 다시 꺼내보며 이 정도면 아이들에게 짧은 땜빵교사이지만 즐거운 영어시간 만들어 줄 수 있겠지...입가에 엷은 미소도 지었지만 지난 8일간의 수업을 돌아보며 내가 장밋빛(?) 수업을 꿈꿔왔음을 알았다.  




  5개반의 반중 한반 수업은 전쟁통같은 수업이었다. 이 반 수업을 마칠때면 화난 가슴을 쓸어내려야했고 아! 이럴려고 대타로 나왔나 후회하게 했다. 어디 이 반만 그러하겠는가! 이제는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이런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중2 무서워 북한 김정은이가 못쳐내려온다"  이른바 사춘기의 절정기라 불리는 중2병이 교실을 통제불능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제 선생님들은 고충을 넘어 회피하게 되고 자괴감까지 들 정도이다.



 1997년에 도입된 수준별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시행된 수준별 이동수업! 나도 시행초기에는 이러한 이동식 수업에 찬성표를 던지며 여러 선생님들께 권장해 드렸지만 실제로 수준별 반편성에서 심화반(A반), 보통반(B반), 기본반(C반)에서 기본반만을 맡고부터는 아! 이건 아닌데...하며 이제는 그만 두었으면 한다. 기본반에서는 소수의 인원으로 기초 기본부터 다진다고 하지만 학생들은 기본반에 편성된 것에 자존감과 학습의욕을 더 잃고 있었으며 수업포기 학생들이 모여있어서 수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나마 다른 학생들까지도 수업권을 침해당하고 있었다. 지금 이 학교도 기본반을 편성하지말고 ABB형태의 수준별 수업을 고려해보시도록 선생님들께 말씀드렸다.




  겨우 8일간 그 짧은 기간의 수업도 내겐 힘들었나보다. 입술주위가 터져버렸다. 예전 신학년 시작하는 3월에는 늘 입술이 터지곤 했는데 이번에 힘들었나? 퇴임후 안하던 일을 해서 그런가? 쑥쓰러운 이야기지만 아이들을 내맘대로 통제하지 못해서 수업을 준비해만큼 못하고 겨우 땜빵으로 머무른 속상함과 아쉬움으로 그럴 것이다. 이 짧은 기간도 그럴진대 지금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선생님들은 어쩌랴! 학창시절 공부잘하고 모범생 길을 걷던 범생이가 '착한교사'가 되어 통제불능의 소위 '나쁜 학생'들을 지도하려니 그 고충이 오죽하랴! 게다가 학부모의 반발과 항의도 심심치않게 한다는데 선생님들의 어려움이 눈에 선하고 참 안타깝다.   





 이 다음 또 누가 나를 대타교사로 불러준다면 또 교단에 설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No way. Never come back." 하지만 얼마지나면 힘들었다는 건 까맣게 까먹고만다. 예전 설악산 다녀올때면 교통체증으로 다시는 설악산을 찾지않는다고 하면서도 얼마지나면 또 설악산을 찾는 것처럼... 그래도 내가 가진 長技라고는 '"영어 가르치는 재주밖에는 없잖아. 그렇지않으면 뭘로 재능 기부할 건데..." 또 이번에 산*고 전우(?)들 열정의 체육 남기* 부장님, 살가운 님들 윤영*부장님, 손홍*샘, 신은*님, 최하*님, 그리고 김영* 고딩친구! 다시 만나 함께 점심먹으며 즐거운 만남이었지요.^^

 

 그 며칠도 구속(?)이라고 이 파아란 하늘 교정에 울긋불긋 물드는 단풍을 보며 자유를 그리워했고 이제 다시 자유로운 몸을 되었다. 다시 찾아온 자유스러움에 더 호강해하며 더 알찬 시간으로 엮어가야지. 전일제 강사 이른바 대타교사의 임무를 마치고 작별인사가 무섭게 나는 청주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청주민예총 주최 '한국문인화와 전각예술'에 대한 세미나  




저녁먹고 나오며 우연히 행운을 잡았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