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필시간도 여성회원님들의 꼼꼼함, 세밀함,
그리고 샘솟는 듯한 풍부한 감성에 매료된다.
그들의 삶의 이야기는 금방 내게 공감을 일으키지만
여성수필가의 저 섬세함 그리고 문학성은 놀람을 넘는다.
그중 수필가 정상*님의 '가방을 왜 싸니' 수필에서
삶의 뒤안길에서 여러번 쌌던 가방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싸오던 가방과 정말로 많이 달랐는데
때마침 권교수님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시네.
"글쎄요. 저는 그런 가방은 싸본 적 없고요
산에 갈때, 여행갈때 신나서 배낭을 꾸린답니다.
아마도 제 집사람도 그런 가방을 쌌지않았을까요?"
박카스님, 뭘 몰라도 한참 모르신다구요?
여성회원님들이 보기엔 참 쌩뚱맞은 답이겠지요.
여자와 남자는 참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하시겠지요.
저두 그래요. 집사람과 30년 넘게 살면서도
주변에 여성들과 어울리면서도 정말로 어려운게 여자랍니다. ㅋㅋ
함께 점심을 먹으며 오늘 수업을 정리하며 돌아서려는데
교수님께서 이 시를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신다.
도 반
- 이성선
벽에 걸어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 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 도반: 같은 길을 함께 가는 사람
|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며 자주 쓰던 말, 도반!
함께 불도를 닦는 사람들사이에서 쓰는 줄 알았는데...
이 시인은 같은 길을 함께 가는 사람을 도반이라 칭하네요.
그러고보면 우리 인생 동반자는 모두 도반이네요.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박카스도 이런 느낌 가끔 전해집니다.
10년전만해도 함께 산에 다니던 집사람이 나서지 못하고
불과 얼마전에 다녀온 산같은데 벌써 10년이 넘었고
내인생 앞으로 10년을 더하면 주변 야산이야 다니겠지만
그토록 가보고싶은 해외트레킹은 쉽지않다는 것을...
어디 산뿐이랴! 서예도 글도 여행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하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청춘이라하지만
머리도 몸도 녹슬어가고 마음인들 녹슬지 않겠는가!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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