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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왜 이 모자를 개똥모자라 할까?

by 박카쓰 2016. 11. 17.

   오늘 수필시간 교수님께서 글쓰기 요령을 설명하시면서 님의 수필 한편을 소개하시는데 이런 대목이 나왔다. '100만 인파가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히 움직인다. "------- 바람개비 들고가는 어린이, 애기업은 아낙, 시루떡 먹는 마을사람들, 개똥모자 쓴 아저씨, 지팡이 짚고 가는 할아버지 --------"  갑남을녀를 말씀하시면서 "오늘 개똥모자 쓰고 나오신 박선생님" 하시며 날 가리키신다. 

 

  사실 난 이런 모자를 즐겨쓴다. 그래서 내 집에 이런 모자도 제법 많은 편이다. 내가 이런 모자를 쓰고 다니면 친구들이 '일제시대 일본형사가 나타났다' '역시 서예를 하더니 제법 예술가답다' 등 빈정반 칭찬반 투의 말을 들어왔다. 때로는 내가 대머리여서 이를 감추려고 모자를 쓰고 다니는 줄 알고있고 어떤 분들은 나이가 들어보인다하여 차라리 벗고 다니라한다. 하여튼 난 멋으로 쓰고 다니기도 하지만 머리결이 가늘다보니 아래로 흘러내려 바가지 모양의 머리가 싫어서 이 모자를 종종 쓰고 다닌다.       

 

박카스의 개똥모자...ㅎㅎ

 

 

   그러면 이 모자 이름이 왜 하필 개똥모자일까? 모양이 개똥처럼 생겼나? 그렇진 않은 것같은데 사실 전에도 이런 말은 꽤 들어보았다.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이런 글이 있다.

 

 『개똥모자가 있다. 일본말로 도리우찌라는 모자를 그렇게 부르는데 도리우찌를 인터넷 사전에서 찾아보면 챙이 짧고 덮개가 둥글넓적한 모양의 모자라고 되어있다. 이 모자는 영국의 hunting cap(사냥모자)을 일본에 들여와 도리우찌(トリウチ = 鳥打)라고 바꾼 말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것을 개똥모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물론 사전에 없는 이름이다.

 

  왜 개똥모자라 했을까? 여기에도 일본인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항심이 나타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제시대 일본 고등계 형사들과 그 앞잡이 노릇을 하던 끄나풀들이 주로 도리우찌를 쓰고 다녔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악명 높았던 그들, 말하자면 개똥같은 인간들이 쓰고 다니는 모자, 그래서 개똥모자가 된 것 아닐까? 

 

 아무튼 그렇게 좋지 않은 추억이 담긴 모자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생산 판매하며 많은 사람들이 즐겨 쓰고 있다그러나 마땅한 이름이 아직 없어 일본말 그대로 도리우찌라고 사전에 올라 있다우리가 쓰면서 개똥모자라 낮잡아 부르기는 그렇고 좀 더 예쁘고 세련된 이름으로 지어 불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주문화원장을 지낸 우리지역의 원로 수필가 박영수(77) 선생님께서도 평소 개똥모자를 즐겨쓰시고 다니셨나 자신의 삶을 잔잔하게 돌아보는 수필집으로 '개똥모자에 핀 구름꽃'(수필과비평사, 2015년7월)를 펴내셨네. 개똥모자를 쓰시니 정말로 멋있어 보이신다. 

 

 

          

 

 

 

 

 

 

개똥모자를 쓴 박카스도 봐줄만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