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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세밑 '종이에 손을 베고'을 읊으며(12/31,토)

by 박카쓰 2016. 12. 31.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요며칠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새해 연하장을 보내며

한 분에게 연하장을 받을 주소를 보내달라는 카톡 메세지를 

연속 보냈는데 이상하게도 아무런 대꾸가 없다.


어라! 왜 그러실까? 말의 실수라도??

다행히 그 분이 대만여행중이라 배터리가 부족하여

제 때 답을 못했다하니 기우(奇憂)되고 말았네.

그래도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마음이 찔려 밤도 설치고...ㅠㅠ




2년전 교무실에서 여러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며

내가 뱉은 말이 도대체 무슨 잘못인지도 모른 채

그 여선생님한테는 큰 아픔을 남겨준 때가 있었다.

아니 그리 자주 대화를 하는데도 그런 오해를 하다니... 


世上事는 참 생각치도 않은 데서 불쑥 이런 일이 생긴다.

아무튼 나로 인해 빚어진 일이니 사과한다고 말해야만 했다.

그렇지않으면 내 심기가 불편해 안절부절 못하니까.

에구구, 말이 많으면 실수 또한 많게 되거늘... 




올 한해를 되돌아보는 세모(歲暮)에

말실수나 어떤 오해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제... 







어제 친구카톡방에서 이해인님의 이 詩가 나를 돌아보게한다. 

  


                      종이에 손을 베고
                                                    
                                                 이해인
 

눈부시게 아름다운 흰 종이에
손을 베었다
 
종이가 나의 손을 살짝 스쳐간 것뿐인데도
피가 나다니
쓰라리다니
 
나는 이제 가벼운 종이도
조심조심 무겁게 다루어야지
다짐해본다
 
세상에 그 무엇도 실상 가벼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내가 생각 없이 내뱉은 가벼운 말들이
남을 피 흘리게 한 일은 없었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하면서









그래, 종이에 손을 벤 기억이 몇번 있다. 
방금 사온 백지(白紙)를 서둘러 만지다가 그만 손을 벤 것이다.
분명 어떤 일을 일찍 끝내려 욕심부리다 부주의로 인한 사고다.

어쩌면 나의 이런 실수로 인해 나말고도
다른 사람도 다치게 하지않았을까...
그랬다면 당연 용서를 구하는 세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