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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山樂水/서울고양

고딩친구들과 북한산을 다녀오며(2001.8.8)

by 박카쓰 2005. 6. 10.


2020.5.5 이상*친구가 동기채팅방에 올려주네.

새삼 그때의 산행이 추억으로...ㅎㅎ



1박2일 서울 산행에서 내려와 이 글을 썼었구나.




어젯밤엔 비가 겁나게 사납게 내리더군.
잠자면서 몇번을 깨었는지 이게 자는 것지 깨어있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
근데 그 시각 아파트옆 논에서 개구리들이 합창을 하더라고...
그렇잖아도 지난 봄 비가 내리지 않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간밤엔 유난히도 그 소리가 크게 들리더라고...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모여서
밤새도록 하여도 듣는 이 없네
듣는 사람 없어도 날이 밝도록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한 놈이 노래를 선창하면 모두들 따라서 노래를 하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정겹던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들처럼 사이좋게 지내면 얼마나 좋겠노.



한번은 원*중학교에서 직원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는 여선생님들이 많았었지.

근데 새벽 3시 반까지 노래방에서
노래하며 춤추며 특히 브루스...
그 다음날 돌아오면서 버스에서 내가 한 여선생님한테 물어보았지.
"권선생님, 어젯밤 어땠어?"
그랬더니 그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 "얘기하지 말아요.

전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꿈을 꾸고 있거든요.

얘기하면 그 꿈이 깰까봐 이렇게 눈을 감고 있는거죠."



친구들의 융숭한 대접 덕분에 이번 북한산 산행이 정말 그랬다.
술을 많이 먹었어도 취하지않았고 또 취하고싶도록 마시고 싶었다.

고등학교 3년을 같이한 친구들이 이제껏 생사고락을 같이한 친구처럼 느껴졌고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27년이 지나건만 그때의 친구처럼 서먹서먹 하지 않았고
나이는 50을 바라보니 세월이 많이도 흘렀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사람처럼
원탑에서 청운의 뜻을 품었던 학창시절 똘만이 그 친구들이었다.



지금도 개구리 노래소리는 계속 된다.
내가 사는 금천동도 얼마 있지 않으면 아파트 숲으로 바뀔 텐데...
하지만 내 마음속에 들어있는 개구리 저 노래소리는 비가 올때면 언제나 들리겠지.
친구들! 산행을 같이 해 주어 정말 고맙고
언제나 저 개구리 노래소리 들으면서 그렇게 살자꾸나.

그리고 서울사는 친구들!
주말과 휴일이면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TV와 낮잠으로 무료하게 보내지 말고
가까운 북한산에 올라보렴.
정말로 멋지더라.


오르면서 힘은 들지만 그렇게 땀흘리고 나면
하루를 정말로 보람있게 보냈다는 충만감으로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하산후 막걸리를 몇잔 먹고나면

온 세상이 내 세상같이 천하가 안부럽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