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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山樂水/서울고양

고등 친구들과 북한산, 山맛을 알게한 산행이었제(01.8.6)

by 박카쓰 2008. 7. 12.

고등학교 친구들과 북한산을 다녀오고(01.8.6)

 

 산을 좋아하는 한 친구는 "내가 다녀본 산중에선 北漢山이 제일이야." 그 이유인즉 경치가 빼어난 것은 둘째 치고라도 이제까지 수도 서울의 鎭山이며 우리역사를 통해서 볼 때도 여러 나라의 도읍지였으며 이 곳 한강유역을 끼고있는 북한산을 두고 興亡盛衰가 좌우됐을 만큼 山勢가 대단하다며 휴일에는 사람들이 줄을 이어 다른 사람 엉덩이만 보고 오르게 되니 평일을 택해 올라보라는 말까지 잊지 않았다.

 

  방학을 기다려 서울에 사는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천하명산 북한산에 함께 가자고 모임카페에 띄웠더니 몇몇 친구들이 강남 터미널까지 나와서 영접(?)을 한다. 멀리서 새벽같이 왔다고 편안하게 모신다며 택시로 도선사 광장에서 내리니 벌써 이만큼이나 올라온 것처럼 보인다. 도선사 광장에서 상가를 왼쪽에 끼고 계단을 오르면서 우리 산행은 시작되었다. 여름철인지라 계단을 얼마 오르니 땀이 송송 나고 어떤 친구는 벌써 헐떡거린다. 여기가 그래서 깔딱고개인가 보다. 한 숨 돌리고 하루재 고개를 지나 다소 험난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백운대피소에서 옛날 초등학교에나 있었던 도르래로 퍼 올리는 샘물로 목을 촉촉이 적신 다음  이어서 오르막 바위구간을 계속 오르는데 인수봉이 웅장한 바위성처럼 느껴지고 그 엄청난 크기며 깍아 지른 듯한 절벽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여기가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암벽코스구나. 겨울철 등반사고가 많은 지역이라 산악안전구조대가 있고 야영장도 눈에 띈다. 위문을 빠져 나와 백운대 정상에 이르는 오르막길은 바위 골과 절벽 길, 그리고 급경사 사면으로 이어지는데 옆에 와이어로프가 있지만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고 쫄밋 쫄밋하여 겁까지 나네. 사실 난 山嶽人이 아니라 그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오늘은 알피니스트가 된 기분이다.




  북한산 최고봉 백운대 해발 836.5M! 타 지역에서는 보기드문 연한 회색 화강암질의 바위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특히 저 남쪽에서부터 북쪽으로 멀리 도봉산까지 치달아 오른 기세와 골의 웅장함을 바라보노라니 그 빼어난 아름다움에 '출중한 山勢와 氣運을 갖춘 名山 중의 名山'이라는 친구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내려오는 길로 노적봉과 용암동을 끼고 돌며 용암문에 이르는데 선클라스에 검은 티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은 분명 아줌마로 보이는데 겁(?)도 없이 와이어로프 밖으로 그 위험천만한 슬랩을 산신령 모양 저벅 저벅 내려간다. 이윽고 위문에서 만경대로 이어진 암릉 지대를 오르는데 그 날랜 몸 동작이 어찌나 멋있었던지 우리 일행은 한동안 넋을 잃고 그 '암릉도사'를 쳐다보았다. "아줌마, 여기 싸인 좀 해줘요." 

  하산하여 모식당에서 같이한 술자리는 친구들의 융숭한 대접 덕분에 술을 많이 먹었어도 취하지 않았고 또 취하고 싶도록 마시고 싶었다. 고등학교 3년을 같이한 친구들이 이제껏 생사고락을 같이한 친구처럼 느껴졌고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27년이 지나건만 그때의 친구처럼 서먹서먹 하지 않았고 나이는 50을 바라보니 세월이 많이도 흘렀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사람처럼 원탑에서 청운의 뜻을 품었던 학창시절 똘만이 그 친구들이었다. 




반갑다~ 친구야~~

서울에서 수학선생하는 김*권




서울사는 친구들! 주말과 휴일이면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TV와 낮잠으로 무료하게 보내지 말고 가까운 북한산에 올라보렴. 정말로 멋지더라. 오르면서 힘은 들지만 그렇게 땀흘리고 나면 하루를 정말로 보람있게 보냈다는 충만감으로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하산후 막걸리를 몇 잔 먹고나면 온 세상이 내 세상같아 천하가 안 부럽단다.

 

 다음 번 이곳 산행코스로는 구기동역에서 내려 그곳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여러 봉우리를 지나 이곳 백운대까지 온다면 그나마 북한산의 묘미를 조금은 알것같은데... 물론 다음날에는 도봉산까지 가보고...

 


 * 鎭山 제도: 온 나라 및 국도(國都)와 각 고을 뒤에있는 큰 산을 그 곳을 진호(鎭護)하는 주산(主山)으로  정하여 제사하던 산



무려 19년이 지난 2020.5.5

고딩카페지기가 이 사진을 동기채팅방에 올려주었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