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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pe Diem/안분지족

세월은 많이 흘렀건만 부모님 사랑은...아버님17기에(7.12.금)

by 박카쓰 2013. 7. 13.

17년전 이맘때...

마치12 12사태처럼, 007작전처럼 긴박했던 시간들...

 

돌아가시기 3일전

마나님 생일이기에 그것도 챙겨야하는데

느닷없이 아버님이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고싶다고 우기신다.

집으로 가면 무척 아프실텐데...그래로 병원에 계시는 것이...

막무가내로 화를 내시며 "내 몇일이나 살 것같냐?"

벌써 병원을 몇달째 이리 저리 오가시며 힘들어셨을 것이고

이미 회복이 어렵다는 건 알고계셨기에 그리하셨을 것이다.

 

고향집으로 돌아와 이런 저런 몸에 달린 의료기는 모두 빼내고

내 방에 누워있으니 이제 시원하다고 말씀하신다.  

한동안 비운 집이라 집안이 엉망인데 전화가 온다.

막내 마누실고모님이 돌아가셨다고?

아뿔사...서둘러 동생과 천안 장례식장을 찾았다.

한없이 눈물이 쏟아내린다. 남매가 이리 편찮으셔 ㅠㅠ 

친정조카인 날 끔찍이나 좋아하셨는데...

 

둘째날 낮동안에는 겨우 정신을 가다듬으시고

찾아오는 이웃분들을 알아보신다. 

"나 누군 줄 알어?" 고개를 끄덕이시며 "그럼..."

나한테 필기도구를 갖다달라시더니 쓰시는 몇자...

"우리무수씨 낫니"

"우리집 무우 씨 뿌린 것 새싹 났나?"는 말씀... 

 

저녁을 넘어 밤이 되면서 뭔가 하시는 말씀... 

"지금이 몇시냐?" 걸 겨우 알아듣고

11시라 했더니 고개를 끄덕끄덕...그리고 재차 시간을 물으신다

얼마후 자시를 넘어 두눈이 꺾이며 운명하셨다. 

당신 장사를 3일간 지낼 수 있도록 버티셨던 것이다.  

 

그렇게...65세를 일기로...

내나이 58이니 앞으로 7년후?? 말이 안되는 거였다.

생부모님이 30년전에도 모두 팔순을 넘기셨고

지금 세 고모님이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시는 걸 보면

마땅히 더 살아셨어야 하는데 말이다.

 

 

 

 

 

 

 

올해도 동생들내외가 변함없이 다왔다.

전국이 한쪽은 물난리, 또 한쪽은 폭염이 이어지고

바쁘게 살아가는 나날속에서 이렇게 제사를 참석하니

기특하고 고마운 동생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막내네는 서울에서 어린 민영을 데리고 금방 왔다가면서도...

 

술은 많이 드셨지만 아버님께서도 남에게 인자하시고

평생 술 뒷바라지하신 어머님만큼이나 착하게 살아오셨다.

그 착한 내력...우리 4남매가 고스란히 이어받아 별탈없이 살아가고

부모님돌아가시고 이제껏 다투거나 의견을 달리한 적이 없다.

늘 win win...칭찬할 것밖에 없는 우리14명 가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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