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눈이 내리던 날이면
이웃집 삽살개는 이리 저리 마당을 뛰어다녔지요.
아마도 그 개가 하얗게 변하는 눈 세상이 그리 좋았나봅니다.
나도 눈이 내리면 마냥 신이 납니다.
내가 삽살개가 되어 이리 저리 돌아다닙니다.
일년 사계절중 흰눈이 쌓인 겨울산을 가장 좋아합니다.
어제 청주에 눈이 내렸습니다.
그제는 한밤중에 내리는 바람에 눈구경을 못했지만
이번에는 낮부터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엊그제 내린 눈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눈이 오기를 하루종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눈 대신 비가 내려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도암선생과 눈이 내리면 번개팅을 하기로 했는데...
오후3시경 수업을 하고있는데 한 녀석이 커텐을 걷었습니다.
선생님! 눈 와요.
그래? 어서 걷어보렴.
와...와...아닌가 아니라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우리 공부하지말고 뭐 좀 해요."
"뭘해? 시험이 코앞인데..."
하지만 나도 실은 무척이나 신이 났었습니다.
이럴때 듣는 노래가 있단다.
러브스토리 주제가 Snow frolic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야말로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공부에 찌든 아이들이지만 낭만은 남아있나봅니다.
박카스도 낭만 남아있습니다 ㅎㅎ
벌써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거리는 눈이 녹아 차가 얼마든지 다닐 수 있지만
이런 날만큼은 걸어서 다니고 싶었습니다.
걸어다니라고 신이 주신 날이니까요.
학교에서부터 시내까지 걷기로 했습니다.
인도는 미끄럽고 군데군데 녹은 물이 고여있었습니다.
간간히 눈비가 내려 옷은 젖지만 좀 젖으면 어떻습니까?
스마트폰으로 7080노래를 들으며...
예전 눈내릴때 내 고향모습을 떠올려봅니다.
도암네 집까지 오는데 무려 한시간 남짓걸렸습니다.
오늘같이 눈오는 날 몇 부부를 번개팅에 초대했습니다.
이*대님 부부, 곽*기님 부부, 동방네 부부, 도암네부부, ...
다행히 세부부가 나와주셨습니다.
초대해주심에 고맙다고 말씀하지만 오히려 제가 나와주심에 고맙지요.
오리백숙을 맛있게 먹고 나오니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2차로 도암 선생을 따라가 충북예술포럼 멤버들을 만났습니다.
밖에 나오니 눈은 더 신나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차는 그냥 길에 두는 수 밖에 없습니다.
충북예술포럼 멤버들과...
마눌은 어서 들어가자고 재촉한다.
존경하는 곽*기님 부부...
여보...오늘같이만 살아갔으면 좋겠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속이 쓰렸습니다.
게다가 올 들어 최고의 한파가 찾아왔다고?
하지만 학교까지 걸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영운동 사거리를 지나면서...
수영교를 지나면서...
우암산이 황홀해보입니다.
눈속의 산수유 열매가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한시간 남짓 학교에 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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