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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모음/마라톤글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의 우승을 보고...

by 박카쓰 2012. 10. 19.

내가 마라톤을 처음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7년 전 2001년 4월이었다. 그날 아침 여느 때처럼 꾸물꾸물 거리다 TV를 켜니까 우리의 이봉주 선수가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했다는 뉴스를 듣고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봉주 선수!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이 달리는 모습을 직접 당신 눈으로 보고 싶으셔 시드니까지 날라 간 공여사님! 마라톤경기가 시작되고 한참 후 당신의 아들이 선두에 없고 화면에도 비춰지지 않자 "우리 봉주, 어디 갔어?" 하시며 울먹이셨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두 母子의 가슴이 어떠하였으랴!

이젠 이봉주의 시대는 끝났는가? 우리가 언뜻 보기에도 불쌍(?)하게 보이는 그가 그간 감독과의 不和說로, 스폰서도 없이 혼자 뛰면서 臥薪嘗膽했을 터인데 그러던 그가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다니 "이게 정말로 人生이구나." 이렇게 하여 밖으로 뛰쳐나가 운동장 달리는 것으로 마라톤에 입문하게 되었다.

이런 입문이 벌써 7년 전 일이 되었구나. 오늘 새벽 마라톤동호회 많은 회원님들이 버스 2대를 대절하여 서울 동아대회에 출전하였다. 나는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몇몇 회원들과 함께 김수녕 양궁장을 돌면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용암에 있는 모 해장국집에서 동아마라톤대회 중계를 보다가 집으로 돌아와 TV앞에 섰다.

초반부터 마라톤강국 케냐 선수들 틈에 끼여 선두그룹에 달리던 우리의 국민마라토너 이봉주 선수, 드디어 38키로 지점에서부터 치고나가 2시간 8분 04초! 자신의 역대 3번째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였다. 물론 개인의 우승, 12년만의 우리나라 선수 우승이라는 쾌거이지만 38살이라는 나이를 고려하면 그의 마라톤기록은 또다시 우리를 놀라게 하고 남는다. 모두가 ‘그가 이미 끝났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터에 다시 호기록으로 우승,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을 우리 인생에 비유하는데 그의 인생은 정말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런 결과가 있기까지 이봉주는 지난겨울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쌓았을까? 어린 두 아들이 있는 따뜻한 가족의 품을 멀리하고 차디찬 겨울 도로를 외로이 엄청나게 달렸을 것이다. 달리는 선수의 나이로는 이미 황혼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결코 은퇴하지 않고 늘 달리는 모습에서 그의 人生歷程은 모든 사람들에게 삶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나에게는 이제라도 또 하나의 목표를 세워주고 남는다.


지난 2004년 경주 동아마라톤 풀코스 이후로는 나이, 게으름, 주위만류 등 이런 저런 핑계로 하프코스만을 고집하며 달렸는데 이제 또다시 풀코스로 도전해보고 싶다. 올 가을 춘천조선 마라톤을 3번째로 달려보고 내년 봄 동아 대회에서 서울 한복판을 이봉주 정신(?)으로 달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