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라톤을 앞두고 마지막 LSD를 한다고 하기에 예약해 놓은 설악산 공룡능선 무박산행을 취소하니 산행 안내를 맡은 아가씨가 그건 "배반이야요, 배반..." 이란 메일을 보내왔다. 달리는 길에 멍석까지 깔아놓는다기에 설악산은 단풍들 때로 잠시 미루고 달림이들이 그득한 곳으로 급선회한다.
하지만 엊그제 아침, 저녁으로 두 탕을 뛰었더니 밤에 자다가 그만 다리에 쥐가 나 아직도 종아리 근육이 뭉쳐 있어 어제 종일 목욕, 파스, 얼음찜질까지 해도 풀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나가봐야지...
오늘도 청마회 열기는 대단했다. 그 캄캄한 이른 새벽시간에 풀 코스를 뛴다고 48명이나 모여들었으니 아마 전국에서도 이런 동호회는 몇 안될 것이다. 4시 31분! 경광등을 단 봉사조의 차량 안내를 받으며 출발, 언제나 그렇듯 처음에는 천천히 달려나간다. 이야기꽃을 피우며... 청남대를 돌아오는 코스가 42Km가 다 안 되는지 인차리에서 石物하는데를 돌아 공동묘지를 지나간다. 그래도 오늘은 좀 낫겠지. 피반령 코스도 아니고 거리도 지난번 46Km때보다 줄었으니... 하지만 오늘 아무래도 다 못 뛸 것 같다. 종아리도 땡기고 왼쪽 가랑이가 삐그덕 삐그덕 한다. 그 사이 운동을 너무 과하게 했나? 아니야, 처음엔 늘 그렇잖아. 좀 가면 나아지겠지...
공원묘지를 지나 음료와 파이로 요기를 하며 잠시 무릎, 발목 스트레칭을 해본다. 그러면 다음 출발이 훨씬 좋다. 평소 초반 템포가 느리지만 오늘은 갈 때 필히 선두그룹과 함께 달려보기로 하고 그들과 발을 맞춰 뛰어본다. 청남대입구에 들어서며 대청댐의 물이 滿水가 되었고 하늘의 짙은 구름이 잔잔한 호수에 잠겨 검푸른 빛을 띠고 있어 스산한 분위기다. 그나저나 이렇게 달려는 간다마는 이따가 어떻게 돌아올꼬!!! 선두를 쫓아가랴 양쪽 무릎이 다 아프고 숨도 가쁘지만 그래도 많이는 처지지 말아야지 하며 반환점에 다다르니 6시 46분! 2시간 15분 경과!
돌아오는 길에는 늘 혼자 뛰게 된다. 함께 가보려 해도 서로 호흡이 맞지 않고 발자국을 놓는 것이 서로 달라 차라리 혼자서 뛰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의 언덕에서는 좀 따라 잡다가도 내리막에서는 도로 떨어진다. 내리막을 내려올 때 발자국을 떼기가 너무 힘들다. 내리막 달리는 요령을 배웠지만 아무래도 뭔가 잘못 되었나? 차라리 무리를 하지 않고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른다.
행정리, 철탑을 지나면서 작년을 回想해 본다. 청마회에 처음 들어와 철탑을 돌아 20Km를, 그 다음주에 방앗간 부분을 돌아 하프를 완주하였을 때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는데... 오늘은 이 곳을 32Km 지점으로 달리고 있으니 실력이 많이도 늘은 모양이다.
야! 이제 10Km 남았구나. 이제부터는 스퍼트해야지. 그간 비축해 놓은 굵은 종아리 근육을 활용해서... 묘지와 인차리를 거쳐 출발 5Km 지점에 오니 27분 소요!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 편인가 말썽을 부리던 무릎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아스팔트를 뛰어서 그런지 발바닥만 아프다. '마의 지점'이란 곳을 아직 이렇게 달릴 수 있으니 그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은 탓인가 보다. 상대리를 지나 확 트인 신작로로 힘차게 달려 들어오니 달려퀸님를 비롯한 많은 회원님들이 '당차니'를 환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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