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모음/마라톤글

달빛이 어느덧 따가운 햇살로

by 박카쓰 2008. 7. 13.

02.8.25 정모 46Km LSD

달림에 굶주린 사람이 많은가 보다. 새벽 4시 반경 라이트를 킨 차량들이 줄을 지어 속속 문의운동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누군가 외쳤다. 오늘 자그만치 34명이 46Km LSD에 참가하고 있다고(04:34 출발). 정말로 대단한 마라톤 열기다. 서쪽하늘엔 보름을 막 지난 둥근 달이 구름 속에서 얼굴을 내밀며 아직은 어두컴컴한 대청호를 비추어 주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이 얘기 저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우지만 저 양반들이 앞으로 언제 치고 나갈 지는 베일에 쌓인 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오늘따라 꽤 오래 계속된다.(공원묘지 8Km:54분 소요, Km 당 7분대)
 

 물 한잔을 먹고 난 달림이들이 피반령 정상을 향하여 돌진하기 시작한다. 저마다 4기 통 기관차처럼 엔진을 달고 고지를 향해 올라간다. 내 엔진은 연식이 오래(?) 되어서 인지 아니면 기름이 썩 좋은 것이 아니어서 인지 오늘 다소 헉헉거린다.(정상 13Km:90분 소요).

 이제는 내리막길! 어떤 이는 내리막길이 더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오르막길이 그래도 더 힘들지 않을까? 오늘도 이곳을 내려 올 때 또 혼자가 되었다. 힘이 들 땐 동반주를 해야 하는데... 회인을 지나 반환점까지는 이번에도 좀 멀게 느껴진다. 혹시라도 선두그룹이 벌써 돌아오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속도를 더 내어 달리는데 반환점 못 미쳐 다리부근에서 벌써 선두그룹이 의기양양하여 되돌아온다. "애야, 그래도 다행이로다."(반환점 23Km: 2시간28분 소요) "아니, 열심히 뛰어 왔는데 왜 이리 시간이 많이 걸렸나?"
 

 돌아오는 길엔 연문* 선생님과 같이 달린다.  '꿀을 자주 드시면서도 뭔 비결로 어이 잘 달리시는가?' 어느덧 회인을 지나 피반령 고개가 보이는데 가슴을 콱 누르는 듯 큰 장벽이 딱 가로막고 있는 듯 하다. '에구, 저걸 어떻게 올라가야 하나?' 하지만 당차니는 걸어서 올라갈 수는 없지. 군대에서 "이중 번호 붙여가!" 속으로 하나에서 백까지 세어가며... 그렇게 20번을 넘게 센 듯 하다.
 

정상을 지나(33Km:3시간 30분 소요) 봉사조의 환대를 받고 내리막길에서는 왼쪽 무릎이 아파 조금씩 절뚝거리며 보폭을 짧게 하여 달려 내려온다. 피반령 고개부터 외로운 달림을 계속하는데 공원묘지에 오니 救世主가 눈에 띄네. '아이쿠, 다행이다. 저분과 함께 라면...'


 써니씨와 앞섰거니 뒤섰거니 하며 행정리, 유니온 시멘트를 지나 좀 더 스퍼트해 본다. 저 번 LSD에서는 이곳에서 포기했는데 오늘은 이렇게 달릴 수 있으니 훈련을 좀 한 탓인가? 아니면 마음을 독하게 먹은 탓인가? 여름 따가운 햇살을 뒤로하고 운동장에 도착하니 모두들 당차니가 당차게 뛰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46Km: 4시간 55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