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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모음/마라톤글

싱그러운 5월, 새로운 달림을 위하여 (2002.5.5)

by 박카쓰 2008. 7. 13.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 가장 큰 것이 요즈음 인 것 같다. 지난 4월에는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며 저마다 환한 얼굴을 내밀지만 그놈의 황사가 외출과 달림을 어렵게 만들었고 여기저기서 발생되는 산불이 산에 오르기를 꺼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5월 들어 그간 가물었던 대지를 적시는 단비도 흡족히 내렸고 요즈음은 하루 하루가 다르게 잎 파리들이 힘차게 뻗어나오며 만산을 푸르게 푸르게 만든다. 암만해도 이 신록의 계절은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이 싱그러운 호시절에 그간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펼칠 양으로 토요일 산악훈련에 참가해본다. 전에도 산악훈련은 고수님들만이 마라톤 속도경쟁(?)을 위해서 하는 거니 생각하고 참가를 기피해 온 터였는데...


  이윽고 십 여명의 청마 달림이들이 산에 오른다. 양궁장에서 보살사로 가는 고개를 넘어 용암뒷산 원봉산으로 붙어 용암쪽으로 내려온다. 다소 내리막길이지만 평지를 달릴 때보다는 힘든다. 얼마쯤 내려온 후 돌아서 이젠 올라가지 시작! 달리는 길에는 비가 내린 후라 먼지도 없이 폭신폭신 땅바닥이 스폰지같고 나뭇가지에 새잎들이 성큼 자라 이젠 그늘을 선사하네. 회원님들 모두가 "�다"고 이구동성이시다.
 전에 이곳을 혼자서 걷고 뛰면서 두 번을 지났는데 그때는 다소 지루했지만 오늘은 헉헉거리기는 매 한가지이지만 같이 뛰니 지겹고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얼마쯤 지나니 가파른 산언덕이 걷게 만들다. 그랬지. 낙가산 정상까지는 5번 정도는 걸으며 올랐으니까... 근데도 몇 달림이는 계속 뛰어오른다. 하기사 SUB-3는 아무나 하나?

 

  낙가산 정상에 올라 목 좀 축이고 좀 쉬었다가 내려오는 길은 보살사 옆으로 해서 우리 청마 회원님들의 동정을 들으며 천천히 달리면서 내려온다. 몇몇 회원님들은 말못할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마라톤을 즐기면서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시는 얘기를 듣고 얼마 전부터 내 집에도 우환이 있어 달리기도 안하고 속절없이 하루하루를 담담하게 보냈는데 그네들 얘기에 가슴이 뭉클하였다.

 두 시간의 훈련을 마치고 양궁장에 내려오니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청주시청 마라톤동호회 회원님을 따라 몸풀기와 스트레칭으로 오늘의 훈련을 마무리하며 "청마,청마, 화이팅!"구호로 외치면서 내일 아침 만날 것을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