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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모음/마라톤글

충주마라톤를 포기하고(02.3.31)

by 박카쓰 2008. 7. 13.

학교문턱에는 가보지 못하고도 국문을 깨우치실 정도로 聰氣가 남달랐던 어머니께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신지 오늘로 보름째, 쓰러지시는 순간에도 우리 자식들한테는 놀랜다고 알리지 말라고 하셨던 그 어머니께서 2번이나 죽음의 문턱까지 가셨다가 요며칠 자식과 찾아오시는 분들을 알아보신다. 물론 한쪽 팔과 다리는 마비가 온 상태이시지만 예전의 기억을 차츰 되찾으시면서 이세상을 다시 찾아오셨다 생각하니 그까짓 마비야 어이 못 견디랴!

 

오늘 충주마라톤대회, 풀코스를 처음으로 신청해 놓고 꿈에 부풀어 매일 아침 양궁장으로 달리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는데 어머니 그일 이후론 훈련도 못하고 뛰기도 싫고 아쉽지만 대회출전을 포기하였다. 청마회 많은 회원들이 적토마처럼 달리고 있을 터인데...

 

동생들이 내려와 병원을 돌보고 충주대회 미련도 남아있길래 동부우회도로를 따라 아무일 없는 것처럼 달려본다. 금천동-용암-동부우회도로-백제의 땅-성모병원(1:00) 잠시 병원을 찾아오신 분들을 만나고 다시 백화산-상당산성 서문-남문쪽으로 어린이회관 뒷산으로 터널-지하통로까지 뛰며 걸며 정말로 간만에 땀흘려 본다.

 

달리는 산길에는 온산을 분홍으로 물들게 할 정도로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산골짜기에 화사하지도 않게 다소곳이 피었다가 비바람에 소리 없이 지고 마는 진달래꽃이야말로 그 소박한 모습이 우리 韓民族의 情緖와 닮았기도 하고 조그만 難關에도 굳세지 못하고 쉽게 꺾이는 내 마음 같아 난 진달래꽃을 유난히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