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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모음/마라톤글

풀코스 대비 41Km Long Slow Distance (02.7.28)

by 박카쓰 2008. 7. 13.

마라톤에 입문하여 장거리라고는 작년 12월 국토종단이어 달리기에 참가하여 회원님들과 중간중간 쉬며 먹으며 천안못미쳐 광덕까지 34Km를 달려 보았고 올봄 동양마라톤 풀코스에 참가하여 여러 악조건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30Km도 넘지못하고 29Km 지점에서 도중하차한 것이 전부인 내게 오늘의 45Km LSD는 참으로 거센 도전인 셈이다.

술먹는 것이 두려워 금요일 off-line 모임에도 못나가고 어제밤 내내 걱정되어 2시반경에 일어나게 되었다. 사실 이번 LSD가 겁이나 몇번이나 참가자 명단을 클릭해보고 망설 망설이다 마지막날 신청을 해 놓았으니...그래도 풀코스를 하려면 어차피 가야할 길이니까 하며 문의 공설운동장으로 향한다.

새벽 4시 32분, 여러 회원님들과 출발하여 1차 급수지점인 공동묘지에 이르렀고(48') 피반령으로 향한다. 베테랑 이*복 친구가 리드해 주며 오르막을 다소 숨이 차지만 이따가 한낮에 이곳을 다시 오를 생각을 하면 뭐 그리 힘드랴! 피반령에서 다시 급수를 받고 이젠 내리막로 접어든다. 앞서가는 이*복,연*흠선생님, 윤회장님들은 정답게 이야기를 하며 달리는데 이내몸은 그것을 따라잡기가 어려워 늘 이렇게 혼자 달리게 된다. 고개를 내려와 주유소앞에서 다시 급수, 동분서주하시는 우리 송*환 훈련부장님,"대단히 고맙습니다." 회인을 지난지 오래 되었지만 반환점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햇살이 벌써부터 내려쪼이는데 '아이쿠, 이따가 어떻게 돌아가지...' 겁난다.

  반환점에 이르러(02.25') 봉사조의 환영을 받고 허기진 배를 채운다. 앞서가는 달림을 따라 잡는 것은 오직 급수 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급수하는 시간을 줄여본다. 다시 피반령에 접어들며 이*복선수도 차츰 뒤로 처지고 연철*선생님도... 이제 내 앞엔 한두분밖에 안 지나갔는데...야, 그것참... 누군가 내가 언덕에 강하고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하지만 피반령 정상에 다 올라온(03.23') 나의 얼굴은 핏기가 전혀 없어 보였나보다. 이*숙씨가 얼굴이 반쪽이라며 안되었던지 연신 먹을 걸 챙겨주며  "이제 포기하시면 아까워...내려가는 길은 좀 수월하니..."

  배를 좀 채운 난 포기쪽에서 돌변하여 다시 뛰어 내려간다. 허리를 꽂꽂이 세우고 배에 힘을 주고 그런데 이제는 햇볕이 강렬히 내려 쬐입니다. 공원묘지 작은 언덕도 이젠 힘이 든다. 공원묘지 급수지점에서 난 완전히 퍼졌다. 신*진 회원님이 내 놓으신 진수성찬을 나 혼자 다 먹을 량으로 찹쌀떡이며 음료, 수박 마구 집어 넣었다."아휴, 이제는 더 못가..." 옆에 계시던 송영*님 왈, "형님, 마라톤은 이제부터입니다. 지금부터가 진짜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다시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 달리던 회원님들도 이미 떠났고 햇볕을 받으며 혼자서 외로이 달려봅니다. 너무 많이 먹고 마시고 했나 봅니다. 배가 출렁출렁 거립니다. 처음 청마회에 들어와 20Km 반환지점인 이곳을 돌아올때 그렇게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는데...유니온 시멘트 공장이 보이고 내 못가도 저넘어 삼거리까지는 가야되는데...그래야 42.195 완주를 한 셈이 되니까. 하지만 얼마 못미쳐 정모에 나온 우리 청마회 회원들이 한 가게 앞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옳다, 잘 됐다. 저기서 좀 쉬었다가 뒤따라오는 회원님들과 같이 가야겠다." 이솝우화 거만한(?) 토끼였습니다. 마침 뛰따라 오던 이*복선수와 시원한 지하수 물로 등멱을 서로 해주고 머리를 양동이에 집어넣고 '야, 시원하다.' 옛날 여름철 밖에 나가 일하고 돌아와 펌프에서 퍼올리는 그 물로 식구들과 등멱하던 그 느낌이었습니다.

 도로에는 뒤따라 오던 회원님들이 얼마남지 않은 거리를 폭염과 싸우며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었지만 우리 둘이는 이쯤에서 내 목표를 다 달성한 양 걸어오며 즐거워 했습니다.

"그래, 이만큼도 정말 많이 뛴 것 아냐?" (41Km, 4시간 20분 경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