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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모음/마라톤글

12월 첫 정모, 무척이나 춥더이다(03.12.7)

by 박카쓰 2008. 7. 13.
밖이 무척이나 추운가보다. 밤새 아파트 창문이 부르르 떨리면서 밖의 날씨가 몹시나 차가움을 말해준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나가보아야지. 춘마 이후 장거리를 한번도 안해보았고 이러다가 회원님들 얼굴 다 잃어버리는 것같다.

주차장으로 모여든 우리청마회원님들,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죠. 호호불며 제자리 뛰기를 할 무렵, 누군가 외쳤다. "자, 주차장이라도 몇바퀴 뜁시다." 군데군데 얼어붙은 빙판을 요리조리 피하며 두세바퀴 돌고난 후 서성구회원님을 따라 스트레칭이 시작되었다. 날씨가 차서 그런지 구령 템포가 무척이나 빨랐다. 다소 얼어붙은 몸으로 좀처럼 동작이 안나온다.

이어서 내년 봄 동아나 서울대회를 위해 이번겨울 동계훈련을 착실히 해보자는 김진국회장님의 말씀을 끝으로 오늘의 정모 레이스가 시작된다. 이윽고 날이 개이면서 청명한 하늘에 대청호주변이 가깝게 다가온다.

간밤에 눈발이 뿌렸나보다. 나무등걸과 논두렁사이로 눈을 볼 수 있었고 저아래 대청호 늪지엔 억새풀이 찬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다. 피미고개를 지나 은행나무 거리와 청남대로 들어가는 양쪽의 가로수엔 그 많았던 노랗고 빨갰던 단풍은 다들 어디가고 맨날을 드러내고 있었다. 눈을 멀리 떠보니 대청호 건너편 앙성산과 현암사 뒷산에도 그 푸르름은 어디가고 민둥산처럼 속내를 다 드러내고 있다.

청남대의 봄날, 긴 잠에서 기지개를 펴고는 앞다투어 꽃을 피우던 이길이 어느새 신록에서 녹음으로 짙게 바뀌고, 이내 온 몸을 울긋불긋 물들이며 치장하더니 이제는 내 속살을 내어놓고 벌거벗은 채 빈 몸이 되어버렸구나. 세상 온갖 잡념, 군더더기를 모두 버리고, 어찌보면 그대는 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이 허황되고 결국은 아무것도 갖지못하는 우리네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청남대 입구 반환점에서(08:05) 봉봉 봉사조에서 내놓은 별미, 감은 참으로 맛있었다. 조금은 얼어붙어 있었지만 정말로 오래간만에 이런 못생긴(?) 감을 먹어본다. 옛날 우리집에 귀한 손님이 오시면 어머님께서 장독대 가장 큰 독에서(아이들이 못 닿도록)에서 꺼내오시던 그런 감이다. 무척이나 찼지만 끝까지 다 먹었다. 어머님 생각이 나서... "반중홍감이 고와도 보이더다...."

어쩌다 보니 내가 제일 막차다. 나보다 좀 못한 분들은 다 어디갔나? 중간에 돌아가셨나? 그래도 간만에 나왔으니 좀 늦더라도 끝까지 다 뛰어야지. 돌아올 적 청마회 어르신 장고문님과 함께 이런 저런 울트라 마라톤 이야기를 들으며 금년들어 가장 춥다는 오늘, 차거운 겨울바람과 함께한 12월 첫 정모는 그렇게 찬바람만큼이나 마음속은 시원했다(09:15).

함께한 회원님들! 그리고 봉봉 봉사조! 무척이나 추우셨죠? 고생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청마회원님들! 12월10일 송년회에 꼭 참석바랍답니다. 푸짐한 선물, 경품, 이벤트가 여러 회원님들을 기다리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