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모음/마라톤글

썩어도 준치!(진천하프마라톤 04.03.28)

by 박카쓰 2008. 7. 13.
얼마만에 써보는 달리기일지인가? 처음에는 어디로 가야 일지가 쓰여지는 지를 몰라 한참이나 이리저리 헤매다 종합정보달력을 찾게되었다. 그러고보니 한 달이 넘었나보다. 아침 일찍 등교하여 자습시간에 내 일지를 올리고 틈틈이 이곳에 들려 다른 런다회원님들의 일지를 읽어보며 댓글 달아가는 것이 또하나의 재미였는데 근무지를 바꾸고 보니 교재연구, 업무로 이곳에 들어와 일지쓰기는 커녕 읽어볼 시간도 제대로 없다. 얼마정도 지나면 괜찮아 지려나?

그런 바쁜 생활로 참가한 진천 마라톤대회는 처음부터 완주나 해야지 그런 마음이었다. 금천팀 멤버와 진천으로 떠나며 오늘은 정말이지 두 시간내에 들어오며 이제 막 물오르는 산천구경이나 즐기면서 달리려고 했다. 그래서 안쓰던 안경까지 쓰고 달렸다. 혹시라도 과욕을 부리다간 지난번 학교에서의 일(혈압)이 재발되면 안되지...

우리 청마회에서도 많이 분들이 오셨다. 그중 금천팀이 열 분정도, 지난 번 함께 산행을 다녀온 회원님들은 나들이 삼아 오셨나보다. 나처럼 번호표도 없이...일찍 들어오는 사람이 술을 사기로 했다나? 무슨 달리기 대회에서 느림보가 우승할까? 옛날 시골학교 자전거타기대회에서 제일 천천히 가는 자전거가 1등을 했지만...어쨌든 그 멤버쉽이 오늘의 날씨만큼 화기애애하다.

생활체육에서 주최하는 대회여서 그런지 멀리 광양, 삼척, 의정부 전국 각지 동호회에서 버스를 대절하여 오셨고 특히 연세가 지긋한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제법 눈에 띈다. 아주 어린 아이까지 배번을 달고, 가족을 응원하러 온 가족이 함께 봄 야유회를 이곳으로 나온 상춘객들같다. 이른바 국민 모두가 달리기가 생활화되고 이젠 마라톤대회라기보다는 달리는 축제인 듯하다.

나도 현장접수가 가능할 줄 알고 친구따라 강남왔는데 배번없이 달리려니 쑥스러웠다. 그래도 나같은 사람이 몇몇은 보이니 그 무안함이 좀 덜어지기는 하지만... 처음 몇키로는 청마인들과 함께 농담을 주고 받으며 6분대로 달린다. 진천시내를 벗어나며 넓은 들판엔 벌써부터 트랙터로 논을 갈며 아직 태우지 않은 논두렁을 태우느랴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이젠 이곳도 농공단지가 되다보니 웬 공장이 그렇게 많은지... 5Km : 27'15"

맹동으로 나가는 도로에서 덕산 못미처에서 우측으로 꼬부라지며 증평으로 나가는 한적한 도로를 달린다. 차량으로 위험한 도로를 벗어나 넓은 들판을 달리니 마음 또한 넓어지는 듯하고 도로옆 냇가엔 축느러진 버드나무 가지, 야산엔 만개한 노오란 생강나무와 산수유나무, 길가엔 무척이나 작은 이름모를 풀에서 한껏 고개를 내민 노오란 꽃... 봄이 이젠 완연하다. 푸른 차츰 페이스도 회복되며 멀리 앞서가는 정약사님을 바라보며 한발한발 좁혀간다. 10Km : 53' 35"

이젠 다리를 건너 증평에서 진천으로 가는 도로로 접어든다. 정약사님과 한동안 동반주를 하며 달리다보니 어느덧 15Km 지점을 1시간 28분대에 통과한다. 몸 상태를 고려하여 조금 천천히 달린다는 기분이었는데 생각보다 편하게 달려온 셈이다. 이제부터는 좀 다부지게 달려볼 생각으로 아산님과 작별한 후 멀리 진천시내를 바라보며 걸음을 더 빨리 떼어본다.

그래도 혹시라도 걱정되어 좀 뻐뻣한 뒷목을 손으로 주무르고 물을 머리서부터 내려붓고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면서 달린다. 이리 달려도 배가 불룩한것은 어쩔수 없나보다. 좀 배가 꺼져준다면 몸이 훨씬 가볍게 느껴질텐데... 역시 몸무게를 좀 줄여야겠다. 표준체중이라면 신장에서 -5를 하는데 이몸은 +5를 하고 있으니...술자리는 많이 줄였지만 저녁을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드는 것이 문제로다. 이해가 가실려나? 10시전 취침! 4시전 기상!

마지막엔 다소 숨이 찼지만 공설운동장을 한바퀴 힘껏 돌아 배번없이 머쩍게 결승점을 달려들어오니 1시간 48분40초! 전보다는 못하지만 아직은 1시간 50분내에 들어올 수 있으니 썩어도 준치인 셈이지 않는가! 이만하면 대만족이다. 이제 날이 길어지며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인 내게는 아침운동하기가 더 좋아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