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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모음/마라톤글

춘마에서 기록을 갱신했다고는 하지만...(03.10.19)

by 박카쓰 2008. 7. 13.

이번째로 세번째 도전하는 풀코스! 불어난 체중과 최근 후반부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으로 과연 완주는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 네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뛰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작년의 기록이 있기에 올해는 E조,작년에 제일 꼴찌로 출발했던 생각을 하면 많이 향상된 기분이다. 하지만 초반의 레이스는 작년과 별반 다를바 없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인간의 물결속에서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빠져나가기란 쉽지않은 노릇이었다. 짜증이 날 정도다. 마라톤에서 매너가 존중된다면 오른쪽 차선(?)은 비워주고 달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의암댐주변을 지날때는 하늘을 나르는 기분이다. 계관산과 길가의 단풍나무의 울긋불긋한 단풍, 호반과 어우려져 정말로 장관이다. 거기에 마라토너들이 굴다리처럼 생긴 곳을 지날때면 질러대는 환호성! 마라톤대회가 아니면 어이 맛보랴! 오늘따라 거기에서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으니...

10Km 지점을 54분정도에 통과하며 저멀리 노오란 풍선을 따라 달리고있지만 어쩐지 끌려가는 기분이다. 페이스메이커가 조금 빠른 기분도 들고 난 조금 처져서 달린다. 20Km 지점 못미쳐 연선생님이 화이팅을 외치며 앞으로 나가시는데 어찌나 발걸음이 가벼운지...이번 대회에도 이곳 신매마을분들은 바쁜 농사일을 멈추고 나오셔서 응원을 하셨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 하프지점까지 1시간 52분

이젠 춘천댐으로 올라간다. 오른쪽 강건너엔 나보다 빠른 달림이들이 헉헉 숨을 쉬며 뛰쳐 내려가고 있겠지. 근데 페이스메이커는 어디까지 간 거여? 이리 빨리 가도 잡을 수가 없으니...그바람에 30Km 지점을 2시간 40분에 지나간다. 앞으로 이 페이스대로라면 3시간 50분안에...그럴리가?

하지만 마라톤이 그리 쉬운 운동은 아니지않습니까? 허영도회원님도 지쳐서 천천히 가시고 나도 32Km 지점부터는 완전히 포화상태. 발걸음이 왜이리 무거워 지는 걸까? 자꾸 허기는 져서 물은 땡기고 얼마 못가 파스를 뿌려달라고 한참이나 서있고 걸을까? 청마회 유니폼을 입고? 안되지...

지난 백제하프마라톤에서도 마지막 6Km에서 체력이 뚝 떨어지더니 이번에도 그렇다. 후반에 강한 내 페이스가 이번 가을들어서는 영 말이 아니네. 어쩌면 초반에 내 페이스 이상으로 빨리 달린 탓도 있을 것이고 다들 힘든 데 나만 힘들다고 생각한 마음의 의지가 약한 탓도 있을 것이다.

34-39Km지점의 지겹도록 쭉 뻗어있는 대로에서 주최측에서 준비한 물세례, 음료, 인라인 도우미들의 덕분으로 근근히 달려들어올 수 있었다. 후반 12Km 72분! 물론 걷는 사람도 많았지만 달리는 사람은 한 사람도 제끼지못하고 마지막 트랙을 한바퀴 돌때도 수없이 추월당하며...

기록이야 2분정도 단축된 최고기록이라고는 하지만 달려오고나서 주저앉아있는 내모습은 내가 봐도 정말로 초라했다. "꼭 이렇게 달려야만 하는 것인가?"

배번 5287 10km 53:47, 20km 01:45:53, 30km 02:40:21, 42.195km 03:52:13  등위 4672, 연령별 1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