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5.4
지난 달 부안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마지막 3Km를 어찌나 고생을 하였는지 이번에 대회를 앞두고 일주일 남짓 禁酒를 하며 아침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양궁장을 다녀왔다. 물론 대회에 참가하여 기록을 단축시키는 것도 목표 중 하나이지만 달리면서 힘 안들이고 편안히 달리는 것이 나에겐 더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번 제천대회는 내가 속한 청(주)마(라톤)회 40여명의 회원들이 함께 어울려 참가하는 대회이고 내 교직생활의 첫 임지가 제천이니 만큼 다른 어떤 대회보다 기대를 갖고있었고 이번 대회를 금수산마라톤회원들과 시민들이 意氣投合하여 어떻게 대회를 치러내는 지도 자못 궁금하였다.
제천에 들어서면서 내가 생각했던 제천과는 사뭇 달랐다. 근 20 여 년 전이니 어이 변하지 않을 소냐? 내가 근무하러 온 1980년에 제천이 시가 되었다고 모두들 떠들썩했을 때인데... 잘 만들어진 공설운동장에는 벌써 많은 健脚들이 몸을 풀고있었고 사회자는 온통 이곳 제천을 자랑하는 분위기로 식전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윽고 출발! 시내를 관통하며 달리는 走路에는 풍물패, 밴드동아리, 춤패, 자원봉사자, 경찰, 시민들 모두가 한마음을 열렬히 응원해 주는 모습에서 이곳 제천의 시민의식이 청주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작은 했었지만 하프코스의 반환점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첫 시작이라 힘든 5Km를 23분에 달리며 의림지와 제2 의림지를 오르는 길은 양궁장 만큼은 못하지만 몹시도 힘이 들었다. 노송과 맑은 물로 다소 한적해 보이던 의림지도 이제는 식당에 둘러 쌓여 번잡한 관광지로 변해있었고 10Km 지점을 49분에 통과하였다.
산기슭에 위치한 세명대학교로 들어서는 길은 가파른 고개 길인지라 겨우 겨우 뛰어 올라 잘 다듬어진 캠퍼스를 지나 이제는 저 멀리 내리막길! 이럴 때 조심해야지... 상체를 세우고 발짝을 멀리 뛰며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내려온다.
이제는 힘든 코스는 다 지났겠지. 외곽도로인 모양 평탄한 길로 들어서며 차량과 인적이 없고 더운 날씨와 싸우며 외로운 길을 달려가고 있다. 아마도 오늘은 여름 날씨인가보다. 25도 넘겠는걸... 전 같으면 13-17Km는 쭈-욱 빼며 달렸는데 오늘은 유난히 더 힘들어진다. 날씨 탓일까? 불어난 체중 탓일까? 약해진 의지 탓일까? 16Km를 80분에, 애초 목표대로 5분대로 계속 달려가고는 있다.
하지만 요사이 마라톤 사고가 많아지며 나도 혹시 쓰러지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어 모자도 벗어가며 팔도 돌려가며 내가 지금 성하게 뛰고 있는 것인가 반문도 해가며 번잡한 시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불편하지만 교통통제에 임해주며 “청마회, 파이팅” 응원을 보내주는 성숙된 시민들이 너무 고마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1시간 45분 27초! 날로 기록은 안 좋아지지만 언덕길, 더운 날씨를 감안하면 잘 달렸다는 생각이다. 가족들과 함께 보낼 일요일에 선배 응원 나와 즐거움을 함께 나눈 김*훈 후배님이 한마디 건넨다.
“형님, 얼굴에 미소를 띄며 결승점을 통과하는 선수는 형님 한 분밖에 없는 것 같네요.”
“그래, 내 좋아서 하는 일인데 고갯길이 나오면 어떻고 더우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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