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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모음/마라톤글

부안 해변 하프마라톤대회 참가(03.4.6)

by 박카쓰 2008. 7. 13.
전에도 이곳 변산반도를 여행 삼아 몇 번 다녀보아 알고있듯 정말로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고장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해안선을 따라 달려보기로 마음먹고 청주마라톤 半走사랑 일행과 함께 제5회 격포 해변 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이번 대회가 다섯 번째인 것을 보면 그래도 마라톤대회치고는 경륜이 있는 대회이고 달림을 마치고 때마침 나오는 싱싱한 쭈꾸미회를 먹을 수 있는 기회까지 있다하니 자못 기대가 컸었다.
 

6시에 청주를 출발한 버스가 어느덧 호남고속도로를 거쳐 부안을 지나 9시경 격포항에 이르렀다. 3월 내내 알레르기 비염으로 코감기가 떠나지 않아 사흘도리로 병원을 찾아도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코는 풀수록 더 노래지고 기침은 더 골골거려 편두통까지 있는 데도   이왕 신청한 대회를 포기할 수는 없어 참가는 한다만 기록은 그리 염두에 두지 않기로 하고 5분대로 달려 1시간 45분내로 들어오기로 마음먹고 오늘의 레이스를 시작한다.

 

 처음 구간은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자그마한 언덕을 오르내리며 따스한 봄날에 갯벌에 나와 뭔 가를 잡는 사람들을 보면서 달릴 만 했다. 그것도 잠시 언덕이 많아지는 데다 청주에서 함께 온 회원들과 보조를 맞추려니 힘이 어찌 드는지 5Km를 23분대에 달렸지만 10Km도 안 돼 걸을 생각까지 해보았다. 이제 평탄한 도로로 접어들며 방향이 바뀌며 바람을 맞서 달리게 되면서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었고 이제 시작한 봄이지만 벌써부터 여름을 느끼게 한다. 춘하추동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배운 우리나라 날씨였지만 이제는 여름, 겨울 두 계절뿐인가 보다. 12Km까지 58분대 진입! 최고의 기록으로 이곳까지 달려온 셈이다.


 

 이번 대회는 走路에서의 도우미로 중고 여학생들이 나와 열심히 달림이들을 응원해 주며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었다. 몇 구간에 걸쳐 교통통제가 되지 않아 자칫 차 사고가 날까 위험하였다. 마라톤대회가 일반시민들에게는 불편을 끼치는 일이지만 그래도 지역에서 주최하고 그곳을 홍보하는 대회라면 하프코스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니 얼마만큼의 불편은 감수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춘천마라톤대회를 보라! 그리고 음료수로 이온 음료도 함께 준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15Km까지도 괜찮았다(73분). 남은 6Km를 조금만 더 밟는다면 최고기록 100분대 진입하는 것 아녀!!! 헛물 켰나보다. 17Km지점에서부터는 길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8자형 도로인가? 삥 한바퀴 돌리네. 내 앞에는 청주에서 온 이만형 씨가 개와 함께 달리는데 애마마라톤대회에 입상까지 했다고는 하지만 쬐끔한 것이 그렇게 얄밉게 잘 달릴 수 없었다. 그래도 저 개한테만은 뒤져서는 안되지... 이따가 갈 때 ‘개만도 못한 인간’ 이라고 빈정대는 소리를 들을 테니까... 하지만 난 그 개는 내 앞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19Km 지점에서는 운동화 끈도 풀어지고 끈을 매려 앉았다 일어나니 하늘이 노오랗고 남은 1-2Km가 왜이리 먼 거여! 운동화 끈은 또 나풀거리고 시계를 보니 100분은 한참이나 지나고 있었고 후반에 강한 내 달림이 그 몇 백 미터를 이리저리 헤매고 마지막 2Km를 12분이 넘게 달렸다. ‘그래, 운동 게을리 한 탓이제. 언제는 하루가 멀다하고 양궁장을 올라 다녔는데...’ 역시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인가 보다. 

 

1시간 44분 28초! 그래도 5분대로 달리겠다는 당초의 목표는 달성한 셈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