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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모음/마라톤글

두번째로 완주하며 신기록을 얻은 서울마라톤대회(03.3.2)

by 박카쓰 2008. 7. 13.
올 연초 춥다는 핑계로 게을러지지 말자고 신청한 서울마라톤 풀코스! 이번 겨울방학 내부공사(부비동염 수술)와 2월 교원 인사이동 송별파티로 몸은 허해지고 대회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와 몹시도 겁이 났다. 키로당 6분대로 뛰며 완주만 하자고 출사표를 던지며 날 좀 끌어달라고 회원님들께 엄살을 떨었는데 실제로 그것이 엄살이 되고 말았네.

대회 전날 밤에는 모두들 잠을 잘 이루지 못하나 보다. 밤새 뒤척이며 뜬눈으로 지새다가 5시경 일어나 얼마 전 인터넷에 오른 대회전날 식이요법으로 준비한 소고기국을 훌훌 퍼마시고 배낭을 메고 장도에 오른다. 이번 대회에는 초보 달림이 홍종문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떠나게 되어 더없이 반갑고 이래봐도 내가 한 수 가르쳐 줄 수 있다니...

한강 시민공원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건각들과 이번 대회의 특징이라는 미국 병사들과 일본인들이 600명이나 참석하고 있다니 비록 아마추어 마스터스 대회이지만 자못 국제대회로서 손색이 없다. 스모그현상인지 황사인지 서울하늘은 뿌옇고 강 건너편 빌딩들이 보일락 말락, 그래도 햇빛이 안 나고 기온도 7-9■ 정도, 바람도 없으니 달리기에는 최적의 날이란다. 내 배 번호는 969, 거꾸로 들고 보아도 696! 어찌 보면 참으로 좋은 번호네. 好色家들이 좋아하는 번호라나.

이윽고 11시 출발! ‘어쨌든 오늘은 완주만 하자’ 그런 생각으로 남들은 빠르게 뛰어나가지만 나는 무조건 힘들이지 않고 뛰어가리라. 5Km 29분! 내가 너무 느린지 나보다 천천히 뛰는 선수는 아무도 없네. 10Km 56분! 작년 춘천보다 4분이나 빠른데 왜들 이리 빨리 뛰어가지?

이제 하늘엔 구름도 벗어지며 날씨가 화창해지고 정말로 봄이 왔구나. 일요일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한강둔치로 나와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참으로 보기 좋은 광경이다. 16Km 지점을 지날 무렵 선두는 벌써 반환점을 돌아 달려오고 있었다. 지독한 사람들...

20Km 1시간 52분, 반환점 1시간 57분! 생각보다 빨리 달려온 셈이다. 뭐 좀 먹고 가야지. 근데 자원봉사자들한테 받아든 따끈한 된장국물과 김밥 덩어리, 이분들 대단하시다. 어쩌다 이런 것을 준비하셨을까? 컵라면 한 그릇 정도를 다 마시고 말았다. 거기에 찰떡파이, 까놓은 바나나까지. 그래 먹을 것은 다 먹고 가자. 좀 빨리 가야 얼마나 빨리 간다고...

이제 다시 달려보려니 배가 좀 출렁출렁 거린다. 이번 겨울 들어 훈련을 게을리 하였더니 체중이 불어 69Kg까지... 움직임이 꽤 둔해졌음을 느낀다. 점점 나오는 배를 좀 집어넣기라도 하려면 좀 세게 뛰어야지. 이젠 Km 당 5분 페이스로 간다.

다소 숨이 차 오르지만 그래도 달릴 만 했다. 어느덧 32Km 지점! 남은 거리 10Km!시간은 3시간을 막 넘어가고 있다. 잘 하면 이번에도 sub-4는 할 것 같은데 언제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까 그게 걱정이다. 아까부터 마려웠던 소변도 보고 파인애플도 두 개나 받아먹고 더 힘껏 달려간다. 이제는 날 추월하는 사람은 없고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초반에 날 추월해 간 사람을 이제는 내가 추월한다. 그런데 함께 온 형님들은 어디쯤 가고 있는 겨? 박성현 소장님, 이종만 형님, 아산 형님 이 양반들, 도대체 날라 갔나?

37Km 3시간 28분, 앞으로 5Km를 5분대로 달린다. 그러면 새로운 기록을 얻게된다. 기대도 하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니 더 달릴 만 했다. 장딴지 근육이 뭉치는 것 같아 파스를 뿌리고 스트레칭을 조금 한 다음 게토레이를 큰 컵으로 다 마시고 다시 역주(?)에 역주(해봤자 5분대를...)를 거듭하며 결승점을 두 손을 번쩍 들고 통과하며 전광판을 보니 3시간 53분대! 오늘 참으로 잘 달렸네.

지금 일지를 쓰며 다시 찾아온 오늘의 날씨를 보니 어제 천혜의 도움을 받았고 ‘마라톤대회는 이렇게 치르는 것이다.’ 라는 것을 보여준 서울마라톤 회원님들의 아낌없는 성원이 있었기에 이같이 마음껏 달릴 수 있었다. 함께 간 친구도 비록 5시간이 넘는 기록이지만 생애 첫 풀 코스를 완주하였으니 본인의 감회는 어떠하였으랴!

오늘 달림을 도와준 우리 청마 회원님들과 ‘장군의 아들들’! 그대들과 이 세상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저에게는 큰 행운임을 늘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청마회원님들! 대회때에는 우리 청마유니폼을 입고 나가야 합니다. 달리면서 얼마나 "청마 화이팅" 소리를 들었나 몰라요.

공식기록
StartTime 11:00:59
10Km 55:56:00
반환점 1:00:59
32Km 1:02:11
결승점 54:30:00
결승통과시간 14:54:32

NetRace 3:53:34
Net 순위 853
연령대순위 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