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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모음/마라톤글

완주와 sub-4, 두가지 꿈을 동시에 이룬 춘천마라톤대회

by 박카쓰 2008. 7. 13.
올해는 풀코스 완주를 목표로 올 겨울 양궁장을 오르내리며 세찬 바람에 맞서 달림을 해왔고 봄철에는 어머님 병환으로 달림과 신청한 두 대회를 포기해야만 했다. 반신불수가 되신 어머님이 너무 안타까워 간호에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니 스트레스성 두통에 시달리게 되었다. 병원을 오가며 이를 극복하고자 여름부터는 훈련양을 월 300Km 이상으로 잡으며 비지땀을 흘려왔기에 포기하는 것이 아깝고 그간 시름과 상처를 훌훌 털어버릴 생각으로 큰일을 치르고 난 후 좀 무리가 되었지만 삼우제후 이틀만에 출전을 감행하였다.

이른 새벽 청주를 출발한 두 대의 버스가 춘천시내에 도착하게 되자 그야말로 춘천은 마라톤의 도시였다. 가방을 둘러매고 조깅화를 신은 마라톤매니아들이 벌떼처럼 종합운동장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우리 청주마라톤회는 자그만치 90여명의 건각들이 출전, 8번째로 많은 단체가 되었단다. 1999년에는 풀코스에 오백 여명의 선수만 출전하였는데 풀코스 단일종목만으로도 16,000명이 참가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마라톤의 인구가 가히 폭발적이다.

이윽고 11시 4분! 등록선수를 필두로 전국에서 모인 건각들이 달려나가고 있다. 처음 출전하는 나는 H그룹! 오늘 우리를 결승점까지 안내해줄 이호복 선수를 따라 맨 나중에 출발을 하니 스타트라인에서 11시 30분이 거의 다 되었다. 오늘의 목표는 4 시간내에 완주하는 것! 나와 같은 목표를 가진 청마회 6명이 함께 뛰쳐나갔다. 처음 4Km구간은 약간 언덕길, ‘초반에만 무리를 하지 않으면 박선생님은 충분히 완주할 수 있을 것’ 이라는 선배마라토너의 충고를 새겨들으며 의암댐을 지나 10Km 지점에 당도하니 1시간이 소요되었다. 생각보다 다소 늦게...긴장한 탓에 왜 이리 소변은 마려운지...하는 수없이 도중에 개처럼 산을 바라보며 거총(?)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몸이 서서히 풀려가며 인산인해를 이루는 인간 틈을 헤치고 속도를 내간다. 춘천코스는 경관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들었는데 말 그대로 늦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끼며 달림을 즐길 수 있었다. 연도에는 주름이 깊게 패이신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 군부대 장병들, 엄마아빠를 따라나온 어린 아이들까지 열렬히 응원을 해주고있었다. 우리 충청도양반들은 그냥 묵묵히 바라만 보고 가끔 손뼉을 쳐주는 것이 고작인데, 이 춘천마라톤이 전국최고의 대회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시민들이 보여주는 열기 때문이니라. 20Km 신매마을 지점에 이르니 1시간 55분, 초코파이로 요기를 하고 이제 하프를 지나 풀코스로 나아간다.
춘천댐을 지나 다소 오르막길을 달려나가며 우리 6명 일행이 하나둘 떨어져 나간다. 이젠 힘들 때도 되었지. 이쪽 저쪽을 오가며 아팠던 무릎도 이젠 괜찮아지며 앞서 나갈려 하는데 이호복 친구가 자꾸 막는다. 오버페이스를 막는 모양이다. 30Km지점에 이르니 2시간 50분! 이제 12Km를 1시간 10분에 달려야 하니 지금 달려온 페이스대로 그대로 나가야한다. 바나나와 이온음료로 목을 채운 후 달려나가는데 친구가 한마디한다. “박선생, 지하에 계신 어머님이 밀어 주시나봐! 큰일 치르고 나면 병도 생기고 그간 운동도 못했을 텐데 잘 달리네.” 하지만 마라톤의 벽이 있나보다. 38Km 지점에 이르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발을 땅으로 찰 수가 없다. 그저 발이 앞으로 나갈 뿐이다. 장딴지는 아파 오고 목도 마르고 파스를 찾아도 없네. 물먹는 데도 없고 얼마를 뛰었는데도 이 도로는 끝도 없나? 하지만 걸을 순 없지. 친구는 계속 날 인도해주랴 제 페이스대로 달리지도 못하는데... 조금만 참자.

40Km 지점에서 sub-4시간이 충분하니 서두르지 말란다. 장딴지에 파스를 흠뻑 바르고 이온음료를 듬뿍 마시고 이젠 2Km! 힘껏 뛰어보자. 연도의 시민들이 보내는 환호와 함성을 들으며 운동장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조금만! 조금만! 시간을 확인해 보니 3시간 55분! 드디어 해냈구나! 완주와 sub-4를 동시에...

등위 4437
배번 9370 (최종기록)
10Km 00:59:42.00
20Km 01:55:12.11
30Km 02:49:52.96
42Km 03:55:34.40


오늘 완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준 고교동창생 이호복 친구, 그간 달리라고 멍석을 깔아준 우리 청마회 회님들! “모두가 그대들이 계셨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만족치 않고 내년 봄 대회에선 3시간 40분대로 당차게 달려나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