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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모음/마라톤글

국토종단 달리기대회(01.12.23)-34Km 4시간가까이 달려...

by 박카쓰 2008. 7. 13.

   어젯밤 장인어르신 79번째 생신이라 온 처갓집 가족들이 우리 집으로 다 모였습니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큰사위가 술을 안 먹어 오늘 저녁 재미가 없다고 처남, 동서가 불만이었습니다. 그리고 맥주와 노래가 어우러지는 노래방에서도 저쪽 모서리에 앉아 있다가 얼른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습니다. 그 좋은 자리를 왜 마다 하냐 구요?\


  오늘은 제3회 한민족 통일기원 국토종단 이어달리기 2001년 행사가 이곳 대전에서 청주- 조치원을 거쳐 천안으로 가게 되어 있는 날입니다. 사실 이런 행사는 전문 아마추어 선수들이 저 아래 목포에서 서울로 흰 띠를 두르고 구간 기록을 재면서 시도별로 레이스를 벌이는 줄 알았는데 아직 마라톤 애송이인 저한테 이런 기회가 오다니 천만 다행이다 싶어 일찍부터 주차신청을 해놓은 참이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겨울 채비를 하고 세광고등학교로 향했습니다. 꽤나 차가운 날씨였습니다. 평소 달리기를 좋아하는 청주 마라톤회 회원 여러분이 벌써 나오셔서 불을 피우고 준비운동을 하셨고 저나마 올 한 해를 결산하는 양 흐뭇한 사연들을 나누고 계셨습니다.


  이윽고 대전지역 주자들이 머리에 김을 모락모락 내면서 들어오며 박수소리와 함께 기념 촬영이 이어졌고 이제 우리들 차례 09:42분 깃발을 인수하며 힘찬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분단된 지 50 여 년이 지나 건만 아직도 서신교환이나 가족상봉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있는 우리 민족! 이 지구상 수 백 개의 다른 민족이 볼까 정말로 부끄럽습니다. 오늘 그래도 그 통일의 염원을 안고 이산가족의 恨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고 싶어 이 행사에 모두들 참여하셨을 것입니다.


  국종달 깃발을 선두로 하여 하나 둘,하나 둘! 발을 맞추어 가면 선두에서는 '국토!' 후미에서 '종단!'을 외치며 내 달았습니다. 그런데 '종단'이 맞습니까? '종달'이 맞습니까? 아, 다 맞는다 구요. 멀리 제주도에서 임진각까지 국토를 종단한다는 '종단'과 국토종단하며 이어달리기를 한다는 '종달'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이윽고 한국수자원공사 청주관리단에서 OIL BANK 가로수 주유소까지의 제4소구간(7.6Km, 09:42∼10:27)을 마치고 5분간 휴식! 마라톤에서도 이렇게 쉬었다 달리면 얼마나 좋을까?


 이곳 청주에서 조치원까지 구간은 평소에도 제가 몹시 달려보고 싶었던 구간입니다. 고등학교시절 오송에서 청주까지 몸집이 유난히 작았던 이 몸이 콩나물버스에서 얼마나 시달렸으며 지금은 미호중학교를 근무하며 5년 동안을 출퇴근하게 되니 감회가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오늘 그 길을 힘차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먼길을 달려가는데 어찌하여 우리학교 학생 하나를 구경 못하는 겁니까? 나의 자랑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데 말이죠...


그래서인지 오른 쪽 다리도 조금씩 아파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숨도 차는 것 같군요. 그것을 간파하셨는지 리더들이 구호를 선창하며 "지구사랑" "힘, 힘, 힘", "청마회" "힘, 힘, 힘" 저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로 뻗으며 힘차게 구호를 외쳐봅니다. 조천 다리를 지나 충남 땅에 접어들고 다소 숨을 몰아쉬며 S-OIL 신안 주유소에서 제5소구간(11.4/19Km, 10:32∼ 11:45) 달리기를 마쳤습니다. 


  저는 원래 5구간까지 뛰기로 했었습니다. 우리가 다소 천천히 달려 체력소모가 덜 한 탓도 있고 조금 요기를 하고 나니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아직까지도 여자 회원님들이 네 분이나 더 달리고 계시더군요. 전 같으면 조치원에서 천안 가는 1번 국도가 도로여건이 좋지 않아 사고가 많던 곳이지만 이제는 새로 난 4차선길이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뚫려 있네요. 그런데 앞에서 인도하는 공주마라톤 회원님들은 힘이 좋으신가? 속도는 빨라지고 아휴! 힘들어. 지루하기도 하고 모두들 군가를 부릅니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멋있는 사나이 많고 많지만...♪" 군에 안 간 여자 회원님들은 "♬ 해 저문 소양강에...♩비 내리는 호남선...♪" 남은 숨을 몰아쉬는 데 노래도 잘 하셔. 마라톤하면 노래도 잘 불러지나? 전의쯤에선 다들 힘든가 봅니다. 구호에도 악을 쓰고 웬 '영자팬티'는...  멀리 제6소구간(15.3Km, 11:30∼13:35) 종착역이 보입니다. 우리는 더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더 힘차게 뛰쳐나갑니다.  "국종달" "힘, 힘, 힘", "청마회" "힘, 힘, 힘"


 오늘 전 참으로 많이 뛰었습니다. 총 34.3Km!  4시간 가까이(09:42∼13:35)! 하지만 오늘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내 작은 가슴에 내 생전에 통일이 이루어지길 빌었으며 이 행사를 함께 한 우리 청마회 회원님들 뿐만 아니라 경찰아저씨, 그리고 이 행사를 참여하신 여러 회원님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