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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모음/마라톤글

진안용담호 마라톤대회(02.9.29)-100분안에 뛰려고...

by 박카쓰 2008. 7. 13.

 

 

이번 진안 용담댐마라톤대회는 솔직히 야심을 가지고 출발했었다. 감히 100분 안에 들어오겠다고... 비록 풀 코스 완주를 한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올해 목표 춘천마라톤 풀 코스를 4 시간 내에 달려보기로 마음먹고 지난 6월부터는 한 달에 며칠 쉬지 않은 채 300Km 이상을 당차게(?) 연습해오던 터였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내 마음껏 달려보자. 그간 연습도 지독히 했으니 설마 하프에서 낙오야 하겠냐마는 힘들면 속도를 줄이면 되지' 뭐 그런 생각으로 신나게 달리고 싶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마라톤대회가 열려서인지 오렌지색 운동복을 입은 군민들이 모두가 흥겨워 들떠있었고 그야말로 축제분위기였다. 지난 3월 SAKA 마라톤대회에서 한강고수부지 人山人海의 소굴을 벗어나랴 고생한 생각을 하며 감히 출발선 앞쪽에 베테랑선수처럼 섰다가 청마회 '내노라' 하는 멤버들 두 훈련부장, 이*숙씨, 강*용 부회장님, 하*언님, 박*순님을 바로 뒤따라 달려나갔다. 그래도 처음이라 겁이 나 좀 여유 있게 달려나가니 많은 분들이 나를 추월해가고 있었다. 몸이 안 풀려서 인지 목이 바짝바짝 타고 힘이 든다. 야! 이것 완주도 못하는 것 아니야?

얼마쯤 달려나가니 서서히 몸도 풀리며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3km를 지나면서 멀리 이*숙씨, 구*희씨가 보이고 김*권님, 회장님도 앞질러 가신다. 다소 힘은 들어도 저분들과 함께 뛰어가 보자. 5Km 지점(23분)을 지나면서 앞쪽의 이*숙, 김*권, 구*희씨와 함께 호흡을 맞춰 뛰어본다. 양궁장과 청남대를 달릴 때처럼 다정히(?)... 얼마 후 '내가 앞서 좀 앞서 나가볼까? 노련하신 분들이라 바로 쫓아와 날 앞서가겠지' 그런 생각으로...
8Km 지점서부터는 완전히 혼자 되었다. 간밤에 천둥, 번개치며 그렇게 사납던 날씨는 어디 가고 구름 속에서 내리쬐는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다리 위를 달리면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모자가 날아 갈듯하다. 오른쪽 도로너머 언덕엔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저위 산은 서서히 노오란 잎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으며 오른쪽 호수엔 가을 바람에 물결이 찰랑 찰랑 거리며 은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지난해 가을 충주사과마라톤에 처녀 출전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올랐다. '이 좋은 날! 땀을 흘리며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樂이 어디 있나? 늦게나마 마라톤을 시작한 것이 다른 어떤 일보다 참으로 잘 한 일이고 이렇게 달릴 수 있도록 튼튼한 다리를 주신 부모님!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반환점에 이르렀을 때 51분21초를 경과하고 있었다. 애당초 계획되었던 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었다. 이젠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달리는 거리가 줄어드니 달리는 힘이 더 나겠지. 두 다리에 박차를 가하고 좀더 세게 달려나간다. 나를 청마회에 입회토록 안내해준 師父 정*영 박사님도 죄송스럽지만 뒤로 한 채... 저 멀리 앞을 보니 내가 가야할 길이 저 너머 다리를 몇 개지나 멀리 보이고 있다. 야! 저기를 언제 뛰어간 담... 하지만 길은 다소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며 그리 지루하지 않은 길이었다. 더구나 교통통제와 안내가 완벽하게 되어 있었고 단지 한가지 길가에 응원하는 시민들이 없을 뿐이었다. 오늘 이 도로는 완전히 우리 마라토너를 위한 전용도로였다.

어느덧 15Km 지점을 통과, 6Km남아있는데 100분까지는 겨우 27분 남아있었다. '아이쿠, 이걸 어쩌나. 언덕도 나오는데... 에라! 회인에서 돌아오는 피반령 고개만 하겠냐싶어 평지처럼 그대로 달려 오르고 내려올 적엔 보폭을 넓게 잡아 엉금엉금 걷는 듯 뛰어 내려오니 그리 쳐지지 않았다. 전에 내려올 때 이런 走法을 들었지만 오늘에야 비로소 터득한 셈이다. 3Km남았는데 남은 시간은 12분30초 정도, 이제까지 이를 악물고 뛰어왔는데 100분내 진입 목표에는 몇 십 초는 부족할 듯하다. 달리는 선수들이 불과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피땀을 흘리며 무진 애를 쓰는지 짐작이 간다. 남은 2Km는 그 몇 초를 줄이기 위해 숨이 목까지 차 오를때 까지 달리니 좀 어지럽기도 하고 용담댐 위를 지나 결승점가까이에서는 종아리에 갑자기 쥐가 이리 왔다 저리 왔다 한다. 하지만 누군가 그런 다."오늘 청주에서 오신 청마회 사람들, 정말로 잘 뛰시네."

결승점을 지나 시계를 보니 100분 20 여 초를 지나고 있었다. 어휴! 오늘 당차게 달려왔다. 마지막 부분에서 힘은 들었지만 내 자신과의 약속을 어느 정도는 지킨 셈이니 오후 마이산으로의 하이킹, 돌아오는 길 내내 흐뭇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