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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모음/마라톤글

마라톤예찬론(추석한가위)

by 박카쓰 2008. 7. 13.
  이번 추석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마라톤부터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일요일 새벽 일찍 일어나 밖을 나가보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비 때문에 달리기를 못하기는 아마 처음인 것 같았다. 봄내 가뭄으로 애간장을 태우더니 가을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안구 건조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터라 달리기는 못해도 비가 내리는 것이 고마웠다. 서울에서 일찍 내려온 동생들 내외와 추석음식을 준비하다보니 배가 꺼질 줄 모르고 계속 불러온다. 반찬이 많아 입맛이 땡기기도 했지만 송편 만들어 먹다 터진 것 먹어야지 부칭개가 맛이 어떠냐며 아주버니 잡수시라고 주지 밤 치다가 제 모양 안 나는 놈 먹어야지 종일 입에 주워 넣는다. 배가 이젠 견디지 못하겠는지 방구만 삑, 삑 나온다.

  마라톤예찬론(추석한가위)

 

   종일 비가 찔끔 찔끔 내리다가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빗줄기가 다소 멈추었다. 이때다 싶어 한 바탕 달려보기로 마음먹고 순환도로로 접어들었다. 명절에 집에 조금이라도 일찍 가고 싶어서인지 차량은 빗속을 질주하고 빗줄기는 다시 내 어깨와 등허리를 때렸지만 명절인데다 빗속에서 즐길 수 있는 운동은 오직 마라톤 뿐이라 생각하니 내 마음껏 달리는 이 짓(?)이 어찌 즐겁지 않으리오. 얕은 산인 줄 알았던 우암산과 상당산성도 구름이 걷히는 모습이 어느 靈山의 신비로운 形狀을 내보였고 이윽고 어둠이 깔리면서 가로등 불빛 밑의 명암저수지 야경과 분수대의 물기둥 또한 장관이었다. 나간지 두 시간이 넘어 비와 땀에 젖은 몰골로 집안에 들어서니 모두들 안타까운 듯 바라다보았다.
 
  추석연휴 셋째 날 오늘도 식구들이 저마다 속이 다 편치 않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도 먹어대더니 속인들 좋을 소냐! 회원들을 불러모을 것도 없이, 운동장 사정을 알아 볼 것도 없이, 식구와 함께 가자고 조를 것도 없이, 주머니에 돈 한푼없이 그저 가벼운 운동복과 조깅화만 신고 오늘은 사냥을 어디로 나가볼까 하다가 맨 처음 밖에 나가 달려보았던 양궁장으로 들어섰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전형적인 가을날 오후! 연휴라 일가족들이 이곳에 와서 남은 음식을 나누어 먹고 자녀들과 운동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고 나도 그 속에 끼어 달려보았다. 넓은 운동장을 돌고 돌려니 지루하기도 했지만 매일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우회도로를 달리다가 평지만 달리니 힘드는 줄 모르고 쭉 쭉 앞으로 나갔고 저 많은 사람들이 날 대단한 마라토너(?)로 생각하고 있겠지... 25바퀴 약 16 Km 1시간20분! 처음보다 20분이나 줄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