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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모음/마라톤글

피반령을 처음 뛰어오르며('02. 봄쯤)

by 박카쓰 2008. 7. 13.
오늘은 친구의 소개로 청주에서 뛴다는 사람이 모인다는 고은 삼거리로 발길을 돌렸다. 친구의 말이 "금천동 골짜기에서 혼자 맴돌지 말고 밖으로 나가야 우물안 개구리 벗어나지." "그런데 차도 올라가기 힘든 피반령을 어떻게 뛰냐?" "그래도 어차피 여기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넘어야 할 고개잖아. 무리를 해서라도..."

 

  친구의 충고를 새겨듣고 마라톤 선배님들을 만나 한 수 배울 겸 청주마라톤에 얼굴을 내밀었다. 듣던 대로 그곳엔 건장한 청년들과 쭉 빠진(?) 여자분들이 현란한 유니폼을 입고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고 개중에는 연세가 지긋한 어른들로 눈에 띈다. 우선 발달된 상체와 다리통을 보니까 보통이 아니고 금새라도 피반령을 단숨에 달려 갔다올 것 같은 기세였다. 가벼운 준비운동과 나를 포함한 신입회원들의 인사소개가 있은 후 보무도 당당하게 한발 한발을 내딛었다.

 

  얼마쯤 지나 이제 숨이 헉헉 거리는 데 노숙한 회원 한 분이 여기부터 피반령 정상까지 5Km가 오르막길이라고... 전에 이곳을 넘어 보은에 있는 학교로 출퇴근했는데 동료들 몇 명 태우면 차도 올라가기 힘든 고개를 내가 뛴다! 다소 무리라고 생각되었지만 먼저 올라갔다 내려오는 회원들이 "화이팅"을 외쳐 주었고 어떤 여성회원이 엄지손가락으로 'No. 1' 싸인을 해주는데 여기서 이만 돌아 갈 수 없고, 하지만 정상 못 미쳐 1Km 지점 정도에서 그냥 돌아오기로 했다. 혹시라도 낙오하면 처음 온 회원이 실수하는 것이 될 테고 내 자신으로서도 다음 목표를 남겨 두기 위해서라면 좋은 핑계거리가 아닐까? 돌아오는 길은 힘들고 고독했다. 1시간 40분이 넘으니까 목도 말랐고 다리도 풀리고 3km 못 미쳐 지점부터는 걷다 뛰다를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용암동 모 해장국집에서 시원한 막걸리와 따끈한 해장국을 같이 하며 따뜻이 맞이해 주는 선배 마라톤 회원님들이 十年知友처럼 너무 가까이 다가왔고 모든 분들이 이 길이 힘든 길인지는 알지만 자신을 이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