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충고를 새겨듣고 마라톤 선배님들을 만나 한 수 배울 겸 청주마라톤에 얼굴을 내밀었다. 듣던 대로 그곳엔 건장한 청년들과 쭉 빠진(?) 여자분들이 현란한 유니폼을 입고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고 개중에는 연세가 지긋한 어른들로 눈에 띈다. 우선 발달된 상체와 다리통을 보니까 보통이 아니고 금새라도 피반령을 단숨에 달려 갔다올 것 같은 기세였다. 가벼운 준비운동과 나를 포함한 신입회원들의 인사소개가 있은 후 보무도 당당하게 한발 한발을 내딛었다.
얼마쯤 지나 이제 숨이 헉헉 거리는 데 노숙한 회원 한 분이 여기부터 피반령 정상까지 5Km가 오르막길이라고... 전에 이곳을 넘어 보은에 있는 학교로 출퇴근했는데 동료들 몇 명 태우면 차도 올라가기 힘든 고개를 내가 뛴다! 다소 무리라고 생각되었지만 먼저 올라갔다 내려오는 회원들이 "화이팅"을 외쳐 주었고 어떤 여성회원이 엄지손가락으로 'No. 1' 싸인을 해주는데 여기서 이만 돌아 갈 수 없고, 하지만 정상 못 미쳐 1Km 지점 정도에서 그냥 돌아오기로 했다. 혹시라도 낙오하면 처음 온 회원이 실수하는 것이 될 테고 내 자신으로서도 다음 목표를 남겨 두기 위해서라면 좋은 핑계거리가 아닐까? 돌아오는 길은 힘들고 고독했다. 1시간 40분이 넘으니까 목도 말랐고 다리도 풀리고 3km 못 미쳐 지점부터는 걷다 뛰다를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용암동 모 해장국집에서 시원한 막걸리와 따끈한 해장국을 같이 하며 따뜻이 맞이해 주는 선배 마라톤 회원님들이 十年知友처럼 너무 가까이 다가왔고 모든 분들이 이 길이 힘든 길인지는 알지만 자신을 이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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