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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모음/마라톤글

친구도 한번 달려 보게나

by 박카쓰 2008. 7. 13.

친구도 한번 달려 보게나

 

  지난 4월 아침 여느 때처럼 꾸물꾸물 거리다 TV를 켜니까 우리의 이봉주 선수가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했다는 뉴스를 듣고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작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봉주 선수! 자랑스런 우리 아들이 달리는 모습을 직접 당신 눈으로 보고싶으셔서 시드니까지 날라 간 공여사! 마라톤이 시작되고 한참 후 당신의 아들이 선두에 없고 화면에도 비춰지지 않자 "우리 봉주, 어디 갔어?" 하시며 울먹이셨는데 ...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두 모자의 가슴이 어떠하였으랴!
 

  이젠 이봉주의 시대는 끝났는가? 우리가 언뜻 보기에도 불쌍(?)하게 보이는 그가 그간 감독과의 不和說로, 스폰서도 없이 혼자 뛰면서 臥薪嘗膽했을 터인데...  그러던 그가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다니 "이게 정말로 人生이구나." 이런 생각이 운동장 몇 바퀴를 돌면서 내 뇌리에 가득 찼다.

 

 그래, 나도 뛰어보자. 운동신경이 별로 없어 공 갖고 노는 운동은 잘 못해도 학창시절 오래달리기는 좀 하지 아니하였던가! 처음에는 몇 바퀴도 숨이 차서 뛰다 섰다를 반복하였지만 일주일씩 지나면서 그 운동장(1바퀴=약 350m)을 2바퀴씩 15바퀴까지 올려서 달려 보았다.
 

 지난 6월3일, 이제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 김수녕 양궁장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렇게 크게 보이는 양궁장(1바퀴=약 650m)을 처음에는 겁먹고 "10바퀴는 뛰어야지" 생각했는데 옆에 같이 뛰며 조언해 주는 동료도 있었지만 자그만치 25바퀴를 100분 정도 걸려 우직스럽게 뛰었다. 뛰고 나서 계산해 보니 16Km! 청주에서 조치원까지의 거리를 내가 뛰었다니 나 자신도 놀랐다. 그날 난 거의 종일 누워있었지만 '내가 해냈다."

는 성취감 때문에 사타구니가 헤진 줄도 모르고 들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몇몇이서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면서 발바닥이 조금은 아팠지만 "나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그 먼(?) 거리가 지척에 있는 듯 마라톤선수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 14Km, 1시간 17분 기록이야 참으로 보잘것없지만 "다음엔 20Km 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기에 내일도 또 달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