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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山樂水/강원도

마라톤회원들과 태백산 눈꽃산행

by 박카쓰 2008. 7. 13.

04.1.18 백두산악회따라 청마회 산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백두산악회를 따라 태백산 눈꽃 산행을 다녀왔다. 태백산 첫번째 산행이었다. 

 
 
 

 

 
 
  엊그제 동생이 사온 등산아웃도어의 상표를 떼기가 싫었다. 생일선물로 받은 것이라고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런 옷을 입고 떠나는 ‘민족의 영산’ 태백산 첫 산행은 강원도 폭설에도 갑갑한 버스 안에서도 마음과 몸은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박달재를 넘어서며 눈길은 미끄럽고 급기야 강원도 땅에 들어설 때는 눈발이 제법 날리고 있다. 죄송한 얘기지만 운전사님께서는 고생은 되겠지만 눈 구경을 하러 나온 우리로서는 제철을 만난 게고 차창 밖의 눈 내리는 고즈넉한 시골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며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설원의 세계는 어떨까 상상해 본다.

 


 
 청주를 출발한지 5시간이 다 되어 화방재 주유소에 도착, 겨울산행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오늘의 산행을 떠난다(11:10). 매표소를 지나며 다소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며 우뚝 솟아있는 낙엽송이 어서 오라 환영한다. 눈도 제법 내리며 잎을 떨군 가지가지마다 눈꽃이 만발한 채로 길 좌우로 도열하고 있어서 말 그대로 눈꽃 터널을 지나고 있다. 순백의 순결처럼 우리네 마음도 순수한 채로 우리는 속세를 떠나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 다른 세상으로의 꿈을 꾸며 걸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등산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유일사 매표소에서 올라오는 등산객과 병목하며 눈 반 사람 반 그렇게 휩쓸리며 설원의 세상을 헤쳐가고 있다. 오르는 길에는 바람골인가 무척 바람이 세워지고 눈이 계속해 쌓인다.  


  눈꽃터널은 완만한 능선을 따라 주봉인 장군봉(1566.7)까지 이어지며 그야말로 백색의 세계이다. 어쩌면 하늘에서 선녀님들이 뿌리는 하얀 눈이 이 세상을 이렇게도 바꿀 수 있을까? 너도나도 눈에 취했나 무리되어 사진도 찍고 소리도 지르며 탄성을 자아낸다. 
 


 
천제단 정상에 도달했을 땐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이 눈을 날려 온 천지를 감싸는 지라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다. 시야가 탁 트인 그런 모습도 기대했지만 오늘만큼은 눈꽃에 파묻혀 보리라. 천제단에서는 어떤 산행팀이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내고있었다.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나도 두 손을 합장하고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산신령님께 기도해본다.
 
 

 
단종비각을 내려와 망경사에서 점심을 먹는다. 산행을 좋아하면서도 늘 김밥과 도시락으로 때우다 보니 라면 하나 제대로 끓일 줄 모르는 이 얼간이가 오늘은 친구들을 잘 만나 이 매서운 추위에 굶주린 배를 따뜻한 국물로 채울 수 있으니 얼마나 친구가 소중한 것이랴!


  망경사에서 반재로 내려오는 길에는 6발 짜리 내 아이젠이 한 몫 하며 저벅 저벅 약간은 취한 채로 내려한다. 전에 와본 사람은 비닐을 엉덩이에 깔고 내려오며 눈썰매를 즐긴다. 내도 어릴 적 우리 집 뒤 묘에서 비료푸대를 타고 내려오며 꽤나 스릴을 즐겼었지.
 
  이윽고 저 아래 마이크소리가 태백 눈꽃 축제 마지막 날 행사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당골의 눈 조각상들은 그간 눈이 내리지 않아서 인지 거무튀튀한 모습으로 장성처럼 서있고 내려오는 도로엔 수많은 사람과 차량들이 눈과 뒤범벅이 되어 태백산 눈꽃 산행을 마치고 있었다(16:10).